[대선 D―2] 확진자 폭증 무시해 사전투표 대란
제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용지를 투명한 비닐봉투에 담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정면 위반”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1투표소 1투표함’ 원칙을 고수하느라 정작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한 뒤 그 자리에서 기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 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157조 4항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는 지난달 25일 투표관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확진·격리자의 경우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을 무시한 이번 사태가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했다”고 했다.
○ 부랴부랴 대안 만들겠다는 선관위
중앙선관위의 안일한 예측도 사태를 키웠다. 지난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중앙선관위 김세환 사무총장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폭증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100만 명일 경우를 최대치로 놓고 했을 때, 서울 같은 경우 (확진자가) 20만 명”이라며 “20만 명을 서울 투표소별로 평균을 내 보면 한 (투표소당) 20명 남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2일 신규 확진자가 22만 명에 육박했고, 1∼6일 누적확진자만 따져도 13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또 당시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확진·격리자의 투표 소요 시간을 2시간 정도라고 예상했지만 김 사무총장은 “아니다. (임시) 기표소를 서울에는 세 군데 설치할 방안을 갖고 있어 30분 남짓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확진자는 물론이고 격리자까지 몰린 상황에서 임시기표소가 적어 5일 투표소마다 긴 대기줄이 생겼다. 결국 이날 오후 열린 국회 행안위의 중앙선관위 현안보고에서 중앙선관위 박찬진 사무차장은 “(확진·격리자 투표 관련) 2개안을 만들어서 내일 10시 선관위 긴급위원회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안보고에서 여야는 본투표 당일(9일)엔 확진·격리자 투표가 오후 6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별도의 임시기표소를 없애고 기존 투표소를 활용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6시까지 일반 유권자 투표가 끝나면 이후 1시간 30분 동안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기존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