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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군락지 방어 성공”…밤샘 사투 끝 500m 앞 불길 제압

입력 | 2022-03-07 11:18:00

경북 울진군 금강송군락지 경계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6일 밤 화선과 맞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산림청 제공


“우리 민족의 기상인 금강송 군락지를 사수하라.”

경북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5일 오전 9시. 최병암 산림청장은 브리핑을 통해 “금강송 군락지 산불 방어 전략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방에서 안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불 머리가 강풍을 타고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500m까지 접근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 금강송, 숭례문 화재 복원에 사용

경북 울진군 금강송군락지에 있는 대왕송. 산림청 제공

금강송 군락지는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분포해 있다. 1680년(숙종 5년) 때 이른바 ‘봉산(封山)정책’을 통해 소나무를 보호해 온 곳. 전체 3705㏊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중 1378㏊에 걸쳐 소나무가 분포해 있다. 특히 금강소나무는 흉고 직경 60㎝ 이상으로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복원에도 사용했을 만큼 목질이 우수하고 보존가치가 높다.

하지만 이 일대는 길이 좁고 경사가 심해 지상에서 접근이 어려운 곳. 담수지도 멀어 산불진화 헬기의 작업도 더딘 곳이다. 특히 곧고 높게 자란 소나무가 촘촘히 자라고 있어 만약 산불이 옮겨붙으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 일대 입목축적(나무밀집)도 전국 산림 평균의 3배에 이르는 데다 활엽수도 절반 이상으로 한번 불이 옮겨붙으면 손을 쓰기 어려운 곳”이라고 했다. 산림 당국이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산불 진화의 성공 여부를 금강송 군락지를 사수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 산불특수진화대 밤샘 사수 전략

산림청이 경북 울진군 금강송군락지 산불 진화헬기의 담수를 위해 덕구온천 주차장에 이동식 저수지를 설치, 물을 가두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6일부터 공중과 지상 진화전략을 단계적으로 수립해 확산 차단에 나섰다.

지상에서는 군락지에 인접한 핵심구역에 산불특수진화대 및 공무원 1178명, 군인 1144명 등 통 3641명을 투입해 밤새 화선이 소광리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 이들은 헬기가 물을 투하한 장소 주변에서 불씨가 확산되지 않도록 잔불 진화에 나섰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화선 가까이 접근해 불길을 잡았다.

또 산불진화헬기의 담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불영사 계곡과 덕구온천 주차장 2곳에 이동식 저수조를 설치했다. 초대형 산불진화 헬기와 대형헬기 9대는 산불확산 차단제인 리타던트 7톤을 물과 희석해 불 머리에 투하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공중진화와 함께 밤샘 지상작업으로 군락지에 위험을 줄 수 있는 화선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며 “헬기를 이용해 이 지역에 대한 집중공략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