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 후 투표용지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동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며 오는 9일 본투표 때도 선거 사무원으로 일할 예정이라고 밝힌 청원인 A 씨는 지난 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선관위 졸속행정에 대한 책임자 중징계 및 선거 업무체계 개편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A 씨는 우선 “선거를 수행하는 실무자이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선관위의 업무 처리방식과 태도에 대해 크게 분노했고, 이에 대한 공론화와 책임 촉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표용지를 전달하는 선거 사무원을 신뢰할 수 있다거나 참관인 입회하에 그 과정이 공정 무사하게 처리되었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라며 “기표용지가 비닐봉지에 보관되었건 번지르르한 플라스틱 박스에 보관되었건, 유권자가 스스로의 투표 결과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접선거와 비밀선거의 원칙을 명백하게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5일 실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확진·격리자용 투표용지를 담을 별도 보관함이 없어 경기 남양주시의 한 투표소에서는 임시기표소봉투에 담긴 투표용지를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보관했고(첫번째 사진),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쇼핑백에 넣어 놓기도 했다(가운데 사진).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마지막 사진)가 담긴 임시기표소봉투가 유권자들에게 전달됐다가 유권자들 항의로 투표가 중단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그는 실제 선거공보 포장·발송 작업부터 벽보 부착·보수·철거 작업, 투·개표 사무, 심지어 벽보 부착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해당 건물 관리인에 찾아가 굽실거리는 일, 투표함 호송 차량을 구하기 위해 관내 어린이집마다 전화를 돌려 차량 협조 양해를 구하는 실질적인 모든 업무를 기초지자체에서 전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A 씨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세부 지침 없이 신분증명서 발급에 무조건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이를 홍보·안내해 일선에서 실랑이가 빚어진 일,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라텍스 장갑을 배부해 논란이 되자 사용만 금지할 뿐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은 일 등을 언급하면서 “이렇듯 선관위는 실제 투표사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투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비용 및 예산 편성에 대한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사태가 빚어진 것은 그깟 돈 몇 푼 아끼고자 일어난 일이다. 선거 사무 종사자들의 노동을 노동으로써 인정하고 그에 따른 처우 개선과 수당 및 임금에 대한 현실적인 보장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