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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왜 토치로 산불 내고 도끼로 이웃집 창문을 깼을까

입력 | 2022-03-07 14:35:00


강원 강릉시 옥계면과 동해시를 지옥 같은 불바다로 만든 장본인인 방화범 이모(61)씨는 왜 한밤에 집에 불을 내고 도끼로 이웃을 위협했을까.

7일 뉴시스 취재 결과 이씨는 타지에서 생활하던 중 모친(86)의 기력이 쇠약해진 6~7년 전쯤 어느 날 옥계면 남양2리로 귀향했다.

그는 남양2리 이웃들과 왕래하지 않고 철저하게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왔다고 한다.

이씨가 귀향하기 전까지 모친은 마을 총회에도 참석하는 등 이웃들과 잘 지내왔으나 아들이 돌아온 다음부터 모친도 이웃과의 소통이 끊겼다. 이씨가 이웃들과 소통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씨에게 말을 걸어도 봤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등 원만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었고 가정형편도 어려워 기초수급자로 지정됐다.

이씨는 이장이 면사무소에서 보내온 쌀과 라면 등을 전달하러 방문하면 물건만 받고 인사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서 나온 지원금을 갖다 주면 받지 않겠다고 난리를 쳤고 얼마 뒤 왜 지원금을 안 주냐고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집터 주인은 따로 있었다.

최근 토지주가 퇴거를 요청하자 이씨는 이주비 5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토지주는 2000만 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결국 이씨의 감정만 크게 상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필 그날 울진 산불이 삼척으로 번졌고 이씨는 집에 있던 토치에 휴대용 가스를 연결해 집과 주변에 불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집밖으로 나가 도끼를 들고 이웃집 창문을 깨뜨렸고 이에 놀란 놀란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로 사건 당일(5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씨는 전날(6일)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모친은 최근까지 요양시설에 있다가 사고가 난 그날 집에 머물던 중 불이 나자 집밖으로 뛰쳐나가 쓰러졌다 뒤늦게 주민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모친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경찰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들은 “이씨가 도끼로 이웃집 창문을 깨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벌어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웃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불을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 A씨는 “우리가 그 사람을 무시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 주민 B씨는 “평소 그 사람이 소통을 안하고 사람을 보면 집으로 들어가 버려요. 우리가 무시한 적 없습니다. 속마음도 드러내지 않고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였고 시장 갈 때도 사람을 봐도 앞만 보고 갔죠. 집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고 상기했다.

이웃 주민 C씨는 “이씨는 군대에 갔다온 젊었을 적엔 정상이었는데 이씨의 어머니가 자기네 소를 이웃 아저씨가 죽였다고 떠들면서 이웃 간 다툼이 있었고 이웃이 이씨 어머니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바람에 결국 교도소에서 6개월을 살게 됐다. 이씨도 동두천으로 가서 월북하려다 붙잡혀 교도소에 간 적이 있다. 점점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강릉=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