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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주민 돕자”…숙박 예약뒤 ‘착한 노쇼’ 기부 행렬

입력 | 2022-03-07 14:57:00


“우크라이나 호스트(숙소 임대인)로부터 무사하다는 답장이 왔을 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오성음 씨(36)는 4일 공유 숙박 예약 플랫폼 ‘에이비앤비’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숙소 5곳에 각각 4박 5일간 머물겠다고 예약했다. 이 숙소들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오 씨가 실제 머물 계획이 없음에도 숙소를 예약하고 숙박료를 지불한 건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돕기 위함이다. 숙박 예약 플랫폼을 통해 예약하고 실제로는 방문하지 않는 이른바 ‘노쇼 기부’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공유 숙박 예약 플랫폼을 통한 ‘노쇼 기부’가 새로운 기부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호 단체를 거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직접 재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씨의 예약을 확인한 한 우크라이나 호스트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감사 메시지를 보내왔다.

에어비앤비는 이 같은 노쇼 기부 취지에 동참하고자 우크라이나 숙소 예약 시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기부 목적으로 고객이 지불한 숙박료 전액이 우크라이나 호스트에게 전달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숙소를 예약한 기부자들은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려 ‘노쇼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경기 수원에 사는 회사원 양효석 씨(40)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숙소에 6박 7일을 예약한 후 이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힘냈으면 좋겠다’는 전쟁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양 씨는 “배우 임시완의 기사를 보고 ‘착한 노쇼’를 알게 돼 동참했다”며 “호스트가 수익금을 직원들과 군인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답변을 보내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자영업자 여초원 씨(34)도 4일 우크라이나 현지 숙소를 2박3일 예약했다. 해당 숙소를 운영하는 호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끔찍한 상황이다.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며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여 씨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기 위한 모금에도 참여했다. 그는 “모금을 통해 더 많은 피란민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