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미 수출액 117조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10년간 미국에 대한 한국 수출액이 연평균 6%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FTA 발효로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산 핵심 품목이 미국으로 많이 수출된 덕분이다. 반면 원유, 석유가스 등 최근 공급난 우려가 커지는 에너지 자원 수입은 대폭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달 15일 발효 10주년을 맞는 한미 FTA가 무역을 늘리고 후속 FTA 체결에 ‘주춧돌’이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미 FTA 10년, 자동차·반도체 등 수출 증가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 한국산 핵심 제품의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였다. 지난해 171억5900만 달러가 수출됐다. 이는 2012년 대비 62.3% 증가한 수준이다.
민감 품목이던 농축수산물의 경우 수입보다 수출이 더 늘었다. 2012∼2020년 농축수산물 평균 수출액은 발효 전(2007∼2011년 평균) 대비 81.8% 증가했다. 반면 수입액은 29.7% 증가했다.
○ “글로벌 공급망 강화 등 업그레이드 필요”
10회의 공식 협상 끝에 2007년 4월 FTA 협상이 타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같은 해 4월 양국은 소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했다. 추가 협상 등을 벌인 끝에 2012년 3월 15일 FTA가 공식 발효될 수 있었다. 그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흑자를 문제 삼으며 ‘한미 FTA 폐지’를 주장하다가 2018년 개정을 이끌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였던 미국산 소고기는 이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소고기는 25만3175t으로 미국 전체 소고기 수출량의 24%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가 주춧돌이 된 덕분에 그 뒤 여러 대형 FTA가 잘 추진됐다”며 “글로벌 공급망 강화, 원산지 규정의 유연화 등으로 양국 공급망을 용이하게 주고받는 FTA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