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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앙선관위가 ‘투표지 대리투입’ 반대 의견 무시”

입력 | 2022-03-08 03:00:00

[대선 D-1]
지난달 수도권 선관위 사무국장 등 “확진자도 직접 투표함에 넣게 해야”
사전투표 대리투입 지침 반대 전달… 중앙선관위, 지침 고수해 혼란 초래



노정희 중앙선관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경기 과천에 있는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와 관련해 “확진자도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를 묵살하고 ‘대리 투입’ 방침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무진 의견을 무시해 예고된 대혼란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구·시·군 선관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과 직원 일부가 지난달 중앙선관위에 “사무원이 확진자 투표용지를 대신 투표함에 넣는 지침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며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는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수도권 선관위의 한 사무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중앙선관위 지침이 내려와 이를 두고 직원들과 회의를 했고, 임시기표소를 만들기보다 오후 6시 일반 유권자 투표시간이 끝난 후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지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선관위 내부 익명 게시판에도 사전투표일(4, 5일) 전 중앙선관위의 ‘대리 투입’ 지침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수도권 선관위 사무국장은 “익명 게시판에 ‘확진자가 몇 명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앙선관위 지침은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지역 선관위원장들 “투표지 대리투입, 선거법 위배”


선관위, 대리투입 반대 무시
중앙선관위 “총선 때도 대리투입”



뉴스1

또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오후 5∼6시에 일반 유권자 사전투표와 함께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 직원은 “사전투표소는 오후 5시가 가장 바쁜 시간”이라며 “실무를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 게시판에는 “투표관리관들의 멘붕이 예상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결단을 내려달라”는 등의 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고 5일 사전투표에선 임시기표소 봉투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담긴 채 확진자에게 전달되는 등 유례없는 혼선이 빚어졌다.

지역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상당수도 중앙선관위 지침이 상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 지역 선관위원장은 “중앙선관위의 ‘대리 투입’ 지침은 ‘직접투표’를 보장하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총선과 재·보궐선거 때도 투표 사무원이 ‘대리 투입’을 했다”며 “공직선거관리규칙에 ‘이동 약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조항을 근거로 장애인을 위한 대리 투입 지침을 만들었고 이를 확진자 사전투표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4일 신설된 공직선거관리규칙은 “격리자 투표를 위해 임시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다른 지역 선관위원장은 “엘리베이터 없는 투표소에서 휠체어 장애인의 투표용지를 대리 투입해 주는 것은 예외로 볼 수 있지만 확진자는 투표함까지 이동할 수 있다”며 “사무원의 ‘대리 투입’을 ‘필요한 조치’로 판단한 것은 직접투표를 강조한 법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정희 위원장 등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대선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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