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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데로 가, 무서워” 택시서 뛰어내린 여대생 카톡엔…

입력 | 2022-03-08 09:58:00

유족이 공개한 사고 전 고인이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대학생의 유족이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며 고인의 생전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무 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 4일 포항에서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 A 씨의 남동생이다.

청원인은 “누나의 사망 관련 기사가 인과관계가 생략된 채 보도되고 있어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이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하나뿐인 동생으로서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 누나의 상황을 저라도 대신 전달하고 싶어서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지난 4일 오후 8시 50분경 포항 KTX역에서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잡아타고 대학 기숙사로 향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당초 A 씨의 남자 친구가 말한 대학 기숙사가 아닌 다른 대학 기숙사로 알아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경찰은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통해 당시 택시기사가 다른 대학 기숙사로 알아듣고 대답하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택시가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향하자 A 씨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청원인에 따르면 A 씨가 택시기사에게 멈춰달라고 요구했으나 기사는 아무런 반응 없이 빠르게 주행했다고 한다.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A 씨는 남자친구에게 “택시가 이상한 데로 간다. 무섭다. 엄청 빨리 달린다. (기사한테) 말을 걸었는데 무시한다”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자친구는 수화기 너머로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반복해서 외치는 A 씨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택시기사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어둡고 낯선 길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누나는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다”면서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은 누나가 그런 선택을 할 정도였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청원을 올린다”며 “스무살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했던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8일 오전 10시 기준 2만1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경북 포항경찰서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A 씨가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향한다며 차에서 내려도 되느냐고 물은 뒤 운행 중이던 택시에서 내리다 변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택시기사의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