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4동 사전투표소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과정에서 누가 언제 촬영했는지 파악되지 않은 투표지가 외부에 공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기투표된 투표지를 촬영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9일 본투표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침을 시급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연제구 연산4동 사전투표소에 발생한 기표된 투표지의 촬영 후 외부 공표 건에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5일 새마을금고 건물에 마련된 연산4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확진·격리 유권자 6명은 새 투표용지가 아닌 이미 기표된 투표지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을 기표하는 곳에 빨간 인주가 찍혀 있었다. 이 투표지는 사진으로 촬영돼 외부로 퍼졌으며 기사로도 실렸다.
문제는 현형법상 이 같은 투표지 촬영이 위법이라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166조 2(투표지 등의 촬영행위 금지)에 ‘누구든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서는 안 되며, 투표관리관(사전투표관리관)은 선거인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한 경우에 해당 선거인으로부터 촬영물을 회수한 뒤 투표록에 사유를 적어야 한다’고 명시됐다.
연산4동 사전투표소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행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감염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9일 본투표와 6월 지방선거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선관위가 부산경찰청 등에 수사를 의뢰해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게 국민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에 투표 관리강화 지침 마련을 주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인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기표소 안팎의 촬영을 두고 과도하게 처벌 여부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가 같은 문제로 부정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선관위의 관련 지침 정비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