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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까지 동원해 ‘Z’ 대형…러 전역으로 번지는 ‘Z표식’ 정체

입력 | 2022-03-08 15:40: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뜻의 알파벳 ‘Z’가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침공을 반대하는 사람을 협박하는 수단으로도 쓰여 우려를 낳고 있다.

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곳곳의 자동차, 전광판, 버스 정류장, 건물 벽면 등에서 흔히 ‘Z’를 볼 수 있다. ‘Z’ 그려진 옷들도 팔리고 있고 소셜미디어에도 이 글자가 넘쳐난다. 일부 학교는 아이들까지 동원해 Z 표시를 만들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최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친러시아 집회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Z’가 새겨진 옷을 입거나 팻말을 들었다.

2월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관통하는 드네프르강 인근 고속도로에서 흰색으로 알파벳 ‘Z’가 선명하게 새겨진 군용 트럭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Z 마크는 러시아군이 아군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시로 알려져 있다. 돈바스 내 친러 반군이 설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자신들과 러시아의 합병을 위한 ‘Z 작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Z’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일부 러시아 탱크에 새겨져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러시아어로 ‘승리를 위해’를 의미한다거나 ‘서쪽’인 우크라이나로의 진격 방향을 나타낸다는 추정이 등장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최근에는 ‘Z’의 확산이 자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는 추측까지 등장했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Z’를 올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여성 국회의원 마리아 부티나 역시 정장 옷깃에 Z를 그려 넣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국영 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토크쇼 진행자 또한 Z가 크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TV에 등장했다.

조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러시아 영화평론가 안톤 돌린은 최근 모스크바 자택 문에 ‘Z’가 쓰인 모습을 공개했다. 침공을 지지하는 세력이 돌린을 위협하기 위해 일부러 이 표시를 그려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