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러시아인입니다, 미안합니다”… 전 세계 우크라이나 지지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반전 시위에 참석한 러시아 여성 카트리나 레피나 씨가 ‘나는 러시아인입니다. 미안합니다. 전쟁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며 전쟁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크라이나인의 고통을 느껴 자신의 심장 또한 피를 흘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샌타모니카=AP 뉴시스
“우리 남편 정보가 없을까요?”
“여기가 생존확인 할 수 있는 곳 맞나요?”
이 음성은 모두 우크라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핫라인에 전화통화 녹음 내용이다. CNN이 8일 입수해 공개한 이 음성파일은 러시아 장병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부대의 계획이 뭔지 알지 못했고 가족들과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했왓음을 보여줬다.
한 장병의 부인은 울먹이며 남편의 행방을 물었다.
교환원: 마지막으로 연락하신 게 언제였나요?
발신자: 2월 23일이요. 그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고 했어요.
교환원: 어디로 가고 있다고 말했나요?
교환원: 왜 가고 있다고 하던가요?
발신자: 그것 말고 다른 말은 전혀 없었어요.
‘우크라이나에서 살아서 돌아오라’는 이름의 이 핫라인은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인도적 차원 및 선전을 위해 개설했다. 일차적으로는 왜 우크라이나에 와있는지 영문을 모르는 러시아 군인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일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알려 전쟁을 멈추는 게 이 기관의 설립 목표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핫라인에는 지금까지 6000통 넘는 전화가 쏟아졌다.
이곳에 전화를 거는 이들은 대부분 아들이나 남편을 찾는 가족들이다. 이들은 예비군 훈련, 군사훈련에 갔던 아들, 남편들이 22~23일경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하고 있다. 핫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상담가인 크리스티나(가명) 씨는 얼마 전 받은 전화에 특히 걱정이 됐다며 음성을 들려줬다. 녹음 파일 속 한 여성은 흐느끼며 말했다.
남편을 찾기 위해 핫라인에 전화한 한 러시아의 부인 역시 비슷한 생각을 전했다.
발신자: 안녕하세요. 생존확인 할 수 있는 곳 맞나요?
교환원: 네, 찾으시는 분 정보를 불러주세요.
(아내는 울면서 남편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부름)
교환원: 마지막으로 연락하신 게 언제였나요?
발신자: 오래 전이요.
교환원: 얼마나 오래요, 한 달 두 달 전이요?
발신자: 2달은 넘었어요.
(추가 개인 신원 관련 정보 전달)
발신자: 우크라이나분이신가요?
교환원: 네 우크라이나인이예요.
발신자: 너무 죄송해요. 이게 우리 잘못은 아닌데…. 너무 두려워요. 군인들도 전쟁을 택한 게 아니었어요.
크리스티나는 약혼자를 찾아 전화를 한 여성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미안하시다면서 용서를 구하시는데 감동받았어요. 계속 ‘우리를 용서해주세요. 우리도 당신들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한 전쟁이 아니예요.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하셨어요.”
크리스티나는 “핫라인이 영영 지속되는 생각은 하고싶지 않아요. 그저 모두 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을 더 많은 알릴수록, 더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할 거고 이 살육을 멈춰달라고 요청할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공수부대인 동생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는 한 남성의 말은 현 상황을 잘 요약해 준다.
“여러분들 모두 행운을 빌게요. 전 세계 시민들이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여러분들을 믿어요.”
CNN은 “이 전화들이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이게 러시아의 전쟁이 아닌 푸틴의 전쟁이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