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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in 과기대] 나인식스틴 "골판지 소재 공기청정기로 신개념 판촉물 시장 개척"

입력 | 2022-03-08 16:37:00


[스타트업 in 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스타트업 발굴·육성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2022년도 역시 그린경제 분야 스타트업을 모집·지원합니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예비창업자들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2021년에 지원받은 스타트업 56여 개의 기업 중 20개 기업을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in 과기대’를 기획했습니다.

미래 그린경제 분야를 이끌어갈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변화를 꿈꾸는 스타트업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지원 보내주세요.

“골목길에 색이 바랜 공기청정기가 버려진 걸 종종 봅니다. 색이 바랜 것만 빼면 겉보기엔 멀쩡하거든요. 남이 쓰던 거라 갖다 쓰기엔 꺼림칙한데 아까운 마음에 재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나인식스틴 이채원 대표가 창업 아이템을 떠올린 계기를 설명하며 꺼낸 얘기다. 이 대표는 많은 가전제품이 기능에 문제가 없어도 단순히 디자인이 싫증 난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소재를 외장재로 쓴 가전제품을 떠올렸다. 외장재를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다면 적어도 싫증이 난다고 내부 부품이 멀쩡한 제품을 버릴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나인식스틴 이채원 대표. 출처=IT동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다니다 뒤늦게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기술융합과를 다니다 졸업 직전 그린경제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한 덕분에 이 발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게 골판지 소재의 소형 공기청정기였다. 내부 부품은 그대로 두고 외장재만 마치 종이 장난감을 조립하듯 쉽게 쉽게 갈아 끼울 수 있게 했다. 골판지는 플라스틱보다 재활용률이 높기 때문에 외장재를 자주 갈아 끼우더라도 부담이 적을 거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었다.

골판지는 재활용률도 높지만 운송 효율도 뛰어나다. 접은 채 운송하면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배송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가능한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채원 대표는 먼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오는 대신 국산 부품을 사용하면 이동거리를 줄여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인식스틴의 골판지를 외장재 쓴 공기청정기. 제공=나인식스틴


골판지지만 겉보기와 달리 내구성도 꽤 높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골판지 중 가장 튼튼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 본연의 기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탁상에 올려두고 쓰는 소형 제품이지만 미세먼지 센서도 갖추고 있다.

다만 시장성과 상품성 부문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 소형 공기청정기는 전체 공기청정기 시장에서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 틈새시장이다. 대형 공기청정기의 영향이 닿지 않는 일종의 음영 지역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수요는 있지만, 그 외 영역으로까지 시장을 확대하는 건 어렵다.

나인식스틴 이채원 대표와 직원들. 제공=나인식스틴


결국 이채원 대표는 고민 끝에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모델 대신 판촉물 시장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인식스틴의 제품을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판촉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책상 위에 두고 쓰는 제품 특성상 계속 시야에 들어오니,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를 알리는 역할에 적합할 것으로 본다.

이 대표는 교체용 필터와 외장재를 주기적으로 보내주면서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가령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시기별로 새로운 정책이나 제품, 서비스를 홍보하는 디자인을 넣은 외장재를 지급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형태의 판촉물 모델은 전례가 없다.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나인식스틴이 구상한 모델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외장재에 제품이나 서비스, 정책 홍보 메시지를 넣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공=나인식스틴


공기청정기를 시장에 먼저 안착시킨 후에는 LED 조명과 같은 다른 소형 가전도 제작하는 걸 구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제품 단계인 공기청정기의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게 먼저다. 나인식스틴은 아직은 디자이너 인력이 중심이 된 예비창업팀이다. 스스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채원 대표는 국내 다른 업체들과의 협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SG를 중시하는 대형 가전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 이전도 받고, 저희 제품도 납품하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가 가장 원하는 형태의 사업 첫발입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