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위치 자동 표시 시스템(Around View Monitoring system, 이하 AVM)은 2007년 닛산과 클라리언이 공동 개발한 기술로, 차량 사방에 카메라를 장착해 내부에서 차량 주변부를 보는 기능이다. AVM은 ‘어라운드뷰’라고도 불리며 지금은 고급 승용차부터 자율 주행 차량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AVM이 등장한지도 올해로 1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차량 이외에는 활용되는 분야가 많지 않다. 이는 AVM 기술 자체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보되기 보다는 카메라의 해상도나 성능 향상 등에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주행 중에도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3D 영상으로 어라운드뷰를 구현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모빌리티용 AVM 전문 기업 ‘에이스뷰’의 이야기다. 3D로 구현하는 어라운드뷰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확인하고자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버스 차고지에서 에이스뷰 손승서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이 아닌 버스 차고지에서 인터뷰가 진행된 까닭은 에이스뷰의 3D 어라운드뷰 기술이 현재 경기도 버스에 실제 장착된 뒤 운용 중이라서다. 기술 시연에 앞서, 손 대표를 통해 에이스뷰만의 AVM 기술력과 적용 사례 등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AVM 시장 경색··· 에이스뷰가 대안 될 것”
에이스뷰 손승서 대표가 시내버스에 적용된 M-AV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일단 에이스뷰에 대한 기업 소개, 그리고 핵심 기술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손 대표는 “에이스뷰는 영상 인식, 영상 병합(Merge), 영상 처리(Codec) 기술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AVM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두 자체 개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라고 소개를 시작했다. 이어서 소개한 기술은 에이스뷰의 영상 병합기술, M-AVM이다. 에이스뷰가 제공하는 어라운드뷰는 차량의 사방에 185도 화각의 광각 카메라를 장착, 이를 자체 기술로 주행 중 실시간으로 조합해 운전자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차량 주변을 볼 수 있다.
어라운드뷰 자체는 차량용일텐데, 에이스뷰는 어떤 방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을까? 손 대표는 에이스뷰의 사업 범위를 ▲모빌리티 AVM(M-AVM) ▲시설물 관제 플랫폼 AVM(F-AVM) ▲실시간 동영상 관제 시스템으로 요약했다. 손 대표는 “모빌리티 AVM 사업은 상용차, 관용차를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2천여대의 청소차와 500대의 소방차에 M-AVM을 적용했고, 국내 주요 방산업체에도 납품해 운용에 들어갔다”라면서, “우리 기술은 어라운드뷰로는 국내 최초로 K마크 인증을 받았고, 조달청 우수 제품, 육군·해군·해병대 우수 지정 상품으로도 등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시설물 관제는 M-AVM을 확장한 기술로 올 하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주로 국가 기반 시설이나 관리 시설 등에 적용된 일반 CCTV를 대체한다. 현재 CCTV는 수십개를 설치하고 한 화면에서 분할 된 여러 화면을 각각 모니터링 해야하지만, 에이스뷰의 기술을 적용하면 대상 시설물 전체를 한 화면으로 종합해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동영상 관제는 AVM과 시설물 관제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 동영상 전송을 통해 서버에서 총괄 관리하는 기술이다. 현재 차량용 AVM이나 CCTV는 대상이 파괴되거나 전소하면 데이터를 복구할 방법이 없지만, 우리 방식으로 관제하면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므로 추후 문제가 생겨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속도 빨라도 문제없어, 데이터도 중앙 관제 가능
M-AVM은 4대의 광각 카메라만으로 이뤄진다. 기존 차량에도 쉽게 장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출처=IT동아
에이스뷰의 어라운드뷰 기술이 일반적인 어라운드뷰와 어떻게 다른지 먼저 확인해봤다. 손 대표는 “최근 차량용 어라운드뷰도 3차원으로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이는 정지 상태나 저속 주행 중에나 쓸 수 있다. 보통 30km/h를 넘어가면 처리 속도나 지연으로 인해 기능을 정상적으로 쓰기 어렵다. 반면 M-AVM은 주행 중에도 속도와 관계없이 실시간 3D 영상을 제공하며, 초 저조도 카메라를 활용해 주야간 모두 화상을 또렷이 볼 수 있다. 기존 AVM이 주차 보조용이라면, M-AVM은 실질적인 안전 운전용 기술인 셈이다. 여기에 M-AVM은 수집된 동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서버에 보내 관제 할 수도 있다. 차량이나 시설물이 전소해도 데이터가 유실되는 일은 없다. 빅데이터, 자율주행 시대에 데이터의 보존은 활용도 면에서 잠재적 가치가 크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특히나 영상에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떤 수단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승용차보다는 상용차 및 육해공 모든 모빌리티 수단'이라고 답했다. 그는 “M-AVM을 활용하기 좋은 예시가 바로 선박이다. 예를 들어 해경 경비정이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할 때, 경찰 한 명이 캠코더를 들고 화상을 녹화해야 한다. 만약 M-AVM이 적용되면 실시간으로 사각지대 없이 영상이 녹화되므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동영상 데이터가 관제 센터에도 바로 확인한 뒤 저장되므로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 규명 등이 훨씬 빨라질 것이다. 선박뿐만 아니라 지게차, 트레일러, 굴착기에도 적용할 수 있고, 카메라 여러 대를 엮어서 대형 선박이나 미사일 차량, 헬리콥터까지도 탑재할 수 있어 군수 업체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시내버스에 탑승해 M-AVM의 동작을 확인해봤다. 출처=IT동아
경기도 버스에 적용된 에이스뷰 어라운드 시스템을 실제 주행으로 확인해봤다. 첫 인상은 승용차용 AVM과 비슷하지만, 큰 화면에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화상의 느낌은 달랐다. 정지 상태에서는 5분할 화면으로 제공하다가, 방향 지시등을 넣으면 3D 화면으로 전후 좌우를 살펴볼 수 있고, 주행 중에는 화면의 끊김 없이 탑뷰(Top view) 방식으로 주행선을 정확히 밟고 갔다.
자율 주행과 밀접한 관계, 어떤 그림 그리나
어라운드뷰는 카메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자율주행 카메라의 데이터 수집이 카메라를 통한 피사체 인식 혹은 라이다(LIDAR)를 통한 사물의 물리적 위치 및 형태 인식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미 테슬라는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인공신경망 처리 기술로 오토 파일럿 기술을 실현하고 있을 정도다. M-AVM 역시 단순히 3D로 AVM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자율주행 기술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에이스뷰 역시 자율주행 차량용 AM-AVM이라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스뷰 손승서 대표. 출처=IT동아
손 대표는 “AVM은 자율주행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AVM 자체를 주행에 활용하기에 앞서, 발생한 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추후에 이를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먼저 쓰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승용차뿐만 아니라 업무용 로봇, 상용 차량 등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면서, 실현 가능한 단계부터 설명했다.
미래 전략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밝혔다. 손 대표는 “M-AVM이 폭넓게 적용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조합해 AM-AVM을 더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관제 시스템도 한 단계 진화시킬 것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영상 처리 기술에서는 사람이나 사물 정도를 구분하는 것은 가능한데, 이를 M-AVM이나 AM-AVM에 이식한 다음 실시간 동영상 관제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산업 아이템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리라 본다”고 답했다.
M-AVM, 장기적인 시장 노리며 적용 범위도 넓어
지금까지의 어라운드뷰는 주차 보조 장치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에이스뷰의 AVM은 앞으로 어라운드뷰 시장이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특히나 안전 기능이나 중앙 관제 시스템, 그리고 규격에 관계없이 적용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점은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시장성을 인정받을 것 같다. 향후 자율주행 시장이 본격화되면 자율 주행 기술과 엮어서 발전할 가능성도 크고, 중앙 관제를 통한 보험 시장 등과의 연계도 가능한 그림이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