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에서 유세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7일 둔기로 가격한 표모 씨는 진보좌파 성향 유튜버로 활동해왔다. 송 대표 피습 직후 표 씨는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평소 한미 군사훈련에 반대해 왔는데 송 대표가 한미훈련 연기가 어렵다고 하자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같은 범행 동기에 주목하고 보강 수사 중이다. 봉합 수술을 마친 송 대표는 어제 서울 여의도역에서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부상이 이 정도에 그쳤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2006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신촌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 도중 커터 칼 테러를 당했다. 얼굴 상처가 깊어서 긴급 수술을 받고 4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 상처를 입힌 지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기간 교도소 생활 등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큰 사건을 저지르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5개월 전엔 한나라당 K 의원의 멱살을 잡았으나 별다른 처벌 없이 풀려나 더 큰 사건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고 한다. ‘화풀이 테러’였던 셈이다.
▷권위주의 시절엔 주로 집권 세력이 정치 테러의 가해자로 등장했다. 대부분 야당 지도자들을 겨냥했다.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본에서 납치해 오거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초산 테러를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대낮에 야당의 지구당 대회를 무산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원시적인 폭력으로 야당을 겁박하기 위한 의도가 뚜렷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엔 정권 차원에서 자행하는 테러는 모습을 감췄다.
▷이번 선거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공격이 난무하는 네거티브전의 양상을 강하게 띠었다. 인공지능(AI)의 알고리즘이 이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영상만 찾아서 보여주는 유튜브 같은 매체의 확산도 ‘확증 편향’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표 씨와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또 있지 말란 법이 없다. 선거 당일은 물론 선거 이후에도 한동안은 테러나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