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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환율 1240원 육박… 은행 “해외송금 문의 4∼5배 늘어”

입력 | 2022-03-09 03:00:00

21개월 만에 1237원 마감



코스피, 3거래일 연속 하락 8일 코스피가 1.09% 떨어진 2,622.40에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9.9원 급등한 1237원에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미국 유학생 딸을 둔 김모 씨(64)는 요즘 수시로 환율 시세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쉰다. 지난해만 해도 딸에게 월 생활비 3500달러를 송금하는 데 390만 원이 들었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440만 원이 필요해졌다. 김 씨는 “환율이 더 뛰면 생활비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3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외환시장과 증시가 연일 요동치고 있다.

○ 조만간 환율 1250원 돌파 전망도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급등(원화 가치 하락)한 1237.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230원을 넘어선 건 2020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4일부터 연일 10원 안팎 급등해 사흘 만에 32.4원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유학생과 수출입 기업, 해외자산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210원대를 넘긴 4일부터 해외 송금을 해야 하는 개인과 기업들의 문의가 4∼5배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어학연수 중인 대학생 김모 씨(25)는 “한국에서 보내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쓰는데 환율 급등으로 생활비가 부족해졌다”고 했다.

특히 항공, 정유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은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490억 원의 환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5% 상승하면 1933억 원 수준의 세전 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 강세의 여파로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돌파할 수 있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오면 1300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받는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는 환율 추가 상승을 베팅하며 달러 예금에 뭉칫돈을 넣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 아시아 증시 2% 안팎 하락

이날 코스피는 1.09%(28.91포인트) 하락한 2,622.40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째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36억 원, 291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은 7320억 원어치를 사들여 사흘 연속 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2.35%), 홍콩(―2.36%), 대만(―2.06%) 일본(―1.7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2% 안팎 급락했다.

전날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120달러대로 떨어지며 다소 진정됐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 우려가 지속된 탓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이달 31일부터 모든 채권지수에서 러시아를 퇴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도 러시아를 운용 중인 지수에서 제외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