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만에 1237원 마감
코스피, 3거래일 연속 하락 8일 코스피가 1.09% 떨어진 2,622.40에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9.9원 급등한 1237원에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미국 유학생 딸을 둔 김모 씨(64)는 요즘 수시로 환율 시세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쉰다. 지난해만 해도 딸에게 월 생활비 3500달러를 송금하는 데 390만 원이 들었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440만 원이 필요해졌다. 김 씨는 “환율이 더 뛰면 생활비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3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외환시장과 증시가 연일 요동치고 있다.
○ 조만간 환율 1250원 돌파 전망도
특히 항공, 정유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은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490억 원의 환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5% 상승하면 1933억 원 수준의 세전 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 강세의 여파로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돌파할 수 있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오면 1300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받는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는 환율 추가 상승을 베팅하며 달러 예금에 뭉칫돈을 넣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 아시아 증시 2% 안팎 하락
이날 코스피는 1.09%(28.91포인트) 하락한 2,622.40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째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36억 원, 291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은 7320억 원어치를 사들여 사흘 연속 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2.35%), 홍콩(―2.36%), 대만(―2.06%) 일본(―1.7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2% 안팎 급락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이달 31일부터 모든 채권지수에서 러시아를 퇴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도 러시아를 운용 중인 지수에서 제외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