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는 샤포발로바 류드밀 라 씨가 6일 보내온 이메일.
“하루에도 여섯 번 넘게 공습경보가 울립니다. 폭발음이 들리면 사람들은 전부 방공호 안으로 뛰어가요. 이런 지옥에서도 우리는 꿋꿋하게 살아남을 거예요.”
“푸틴은 우크라인들을 오판… 끝까지 굴복 안할것”
통금 풀리자 마트엔 물건구입 긴 줄
공습경보 울리면 방공호로 뛰어가
‘잔류 결심’ KOTRA 협력 청년
“갈 곳 없어… 내 조국-어머니 지킬것”
류드밀라 씨는 오전 7시에 통금이 해제되면 곧바로 마트로 향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2시간쯤 기다려야 겨우 마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빵은 1인당 최대 일주일 치만 살 수 있다. 이마저 없는 경우가 많아 여러 가게를 전전하는 일이 많다.
류드밀라 씨는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진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키이우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 현재 키이우시는 우크라이나군의 통제하에 있으며 평소 다니던 길 곳곳에 온통 진지가 구축돼 있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에 남편과 함께 머물다가 공습경보가 울리면 바로 인근 방공호로 뛰어간다. 방공호에서는 보통 2∼6시간을 기다리다 나오지만 밤을 지새운 날도 많다. 방공호에 모인 시민들은 식량을 나누고 우울함을 달래려 때론 농담도 건넨다. 하지만 폭격 소리가 들려오면 모두 말없이 뉴스를 켠다. 류드밀라 씨는 “방공호에는 놀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뉴스 소리만 들린다”고 했다.
“푸틴은 우리에 대해 잘못 생각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려운 시기에 강하게 단결합니다. 푸틴의 피비린내 나는 행위는 그 어떤 민족도 굴복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3일 기자와 연락이 닿은 또 다른 우크라이나인 스타니슬라우 페트코 씨(31)는 키이우 인근 도시인 바실키우의 한 주택 지하창고에서 어머니와 함께 숨어 지낸다. 6.6m²(약 2평) 남짓한 이 좁은 공간이 모자의 은신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바실키우에 있는 스타니 슬라우 페트코 씨의 집 지하창고. 페트코 씨는 폭격을 피해 이곳에 숨어 지낸다. 페트코 씨 제공
그가 남아 있는 바실키우에는 요즘 거의 3시간마다 공습경보가 울린다. 밤에는 시민군이 총을 들고 거리를 지킨다. 페트코 씨는 통화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무 곳도 없습니다(nowhere). 저는 제 국가와 어머니를 지켜야 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푸틴이 최대한 빨리 전쟁을 멈추는 것입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