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News1
#. 적군이 국경을 넘어 쳐들어왔다. 원자력 발전소를 점령하고 그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폭발 위험까지 제기됐다. 핵을 보유한 적국의 지도자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국경선 변경과 항복을 요구한다.
러시아의 전격 침공 후 지난 2주간 우크라이나에 일어난 일은 한반도 유사 시 펼쳐질 시나리오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닫혀 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상황에서 바로 직전 열강의 충돌을 겪은 한반도의 미래에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외교안보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 한국담당 국장은 8일 게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반도에 대한 시사점’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억지는 한국의 새 지도자의 초기 난제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런 압력을 가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 우크라 침공, 韓 외교에 2가지 난제…글로벌 리더 역할·북핵
스나이더는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 외교에 있어 2갈래의 난제를 가져왔다”고 했다.
첫 번째 난제는 미국과 유럽 ‘동맹’의 대(對) 러시아 제재와 보폭을 맞추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지역 위기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자국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미국과 주요 동맹국의 기대와 요구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만 부응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면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당시 한국이 대러 제재를 가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이어 “그러나 지난 10년간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고, 작년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는 국제사회 리더국이 됐으며, ‘영토 불가침 같은 국제 규범 유지’에 다른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앞장 서리라는 국민적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압박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일본이 러시아에 독자 제재까지 가한 반면, 한국의 초기 대응은 약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고도 했다. 이후 한국이 제재에 동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한국이 자국의 국제적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드러내는 시험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억지력 잃은 대북 제재…美 관심도 다른 곳에
© News1 DB
중국과 러시아가 2020년 12월 이후 안보리가 부과한 대북 제재를 완화하자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한 안보리 제재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북 제재는 이제 억지력을 잃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은 두 차례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미국의 관심이 북에 그다지 집중되지 않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새 지도자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억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지만, 그렇게 할 외교적 수단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선을 넘어버린’ 러시아의 핵 공격 위협 관련, 이번 사태의 시사점이 한반도에 어떻게 적용될지 한국은 주시해야 한다고 스나이더는 조언했다. 원자력발전소 공격 위협과, 핵무기 사용 위협 두 차원 모두에서다.
물론 스나이더는 북한이 러시아와 같은 현상 변경 시도를 전개할 가능성은 “한국의 재래식 병력 우위 및 미국의 동맹 방어 약속을 고려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토대에서는 한국의 입지가 우크라이나보다는 월등히 강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핵 관련 활동을 한국은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 모두 러시아의 핵 확산 위험과 한반도에 대한 그 시사점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장악 시도 및 그 안전 보장에 관해서도 남북이 참고할 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