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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뷰]한미 FTA 10년, 냉혹해진 통상의 복합방정식 풀어야

입력 | 2022-03-10 03:00:00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자에게는 넓은 들판이 필요합니다.’

10년 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시장이자 세계 최고의 기술, 자본, 경영, 노하우, 트렌드를 가진 미국과 한판 세게 붙겠다는 담대한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면 우리 제조업이 버틸 수 없고 농업은 피폐화되며, 서비스산업도 종속될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우리 문화가 죽고, 국내 제약산업은 몰락하고 의료비도 폭등할 것이다’란 우려가 있었다. 겁도 없이 골리앗 앞에 나선 다윗을 연상케 했다.

15일이면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0년이 된다. 10년의 세월 동안 한미 경제관계는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간 우리의 대미 수출이 70% 증가하고, 미국 기업의 대한 투자가 200% 증가했다는 양적 지표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의 휴대전화, 자동차 등 ‘Made in Korea’는 이제 미국 시장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쿨(cool)’한 ‘Korea premium’의 하이테크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 위기에서 인류를 구하고 있는 미국의 mRNA 백신이 ‘한미 글로벌백신파트너십’에 의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이 한미 공급망 파트너십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국이 만든 물건뿐만 아니라 한국의 맛과 멋,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미국인들이 푹 빠져들고 있다. BTS 열풍은 1960년대 비틀스와 영국 문화의 미국 상륙에 비견되고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달고나를 뽑고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하는 미국인들의 광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한류로 우리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미 FTA로 다윗이 골리앗을 품은 셈이다.

한미 FTA 10주년을 계기로 우리가 처한 냉혹한 국제 통상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통상정책과 공급망 산업정책이 동전의 양면이 됐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통해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디지털화, 탄소중립, 경제안보까지 포함해 통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국부를 창출해야 하는 ‘복합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지난 10년 한미 FTA를 통해 넓은 벌판에서 마음껏 달려온 사자는 10년 후를 대비하며 또 한 번의 새로운 비상을 준비할 것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