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산업1부
이른 봄부터 현대자동차그룹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아닌 그룹 계열사들이 가세하면서다. 4일 현대모비스 3대 노조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시위를 벌였고 8일 현대로템도 공동투쟁을 예고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런 ‘기 싸움’은 보통 임금단체협약 노사 상견례가 이뤄지는 5월을 전후로 이뤄진다. 3월 초순부터 긴장감을 높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불씨를 댕긴 건 이달 초 현대차와 기아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한 ‘특별격려금(400만 원)’이다. 타 계열사 노조들은 자신들에게도 이 격려금을 지급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는 특별격려금이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회사의 ‘차등 성과급 지급’에 대해 벌인 투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다른 노조들도 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측 설명은 다르다. 이번 격려금은 “해외에서 수상 및 판매 실적을 내는 등 팬데믹과 반도체 부품 부족이란 어려운 대외 환경을 잘 이겨낸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현재 현대차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우수 인력 확보다. 현대차를 떠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고급 인력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보상체계의 개편은 시급한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는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로서도 기존의 하드웨어(HW) 중심 인력에 더해 대규모의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차 업계 전체로 보더라도 SW 개발자 인력이 미국에 비해 4년여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도 다르지 않다. 고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마저도 IT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보상체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문제 삼았던 ‘차등 성과급’은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특별성과급 또한 마찬가지다. 노조의 눈에는 당장 내가 받아야 하는 격려금이 커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시장에서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노조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김재형 산업1부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