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용량 좌우하는 핵심 소재… 우크라 사태로 이달들어 가격 급등 런던거래소 어제 거래중단 시켜… 배터리 3사 수익성 악화 불가피 “안정적 공급 대책 시급” 목소리… 정부 보유 阿니켈광산 매각 재검토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꼽히는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 2007년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한국 컨소시엄이 일본, 캐나다 자본 등과 합작해 2014년부터 연간 니켈 4만 8000t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다. 한국의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떠오르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산업이 급격한 원가 상승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가 니켈 수출을 중단할 경우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어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9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1t당 가격은 7일(현지 시간) 기준 4만2995달러(약 5312만 원)였다.
니켈 값은 지난 3년간 계속 올랐다.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니켈 함유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커지기 때문에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더 많은 니켈이 필요하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니켈 대부분을 남미, 중국, 호주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러시아가 수출을 중단하더라도 당장 수급이 중단되진 않는다. 그러나 추가적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하이니켈’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1대당 니켈 수요는 올해 36kg에서 2030년 41kg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스테인리스강 등 철강 분야에 들어가는 니켈 수요까지 겹치며 2024년부터는 세계적인 니켈 공급 부족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세계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 CATL이 조만간 배터리 생산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켈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매각을 보류하고 재검토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당 광산을 매각할지 보유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계획을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암바토비 광산은 연간 최대 4만8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3대 니켈 광산이다. 앞서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던 공공기관의 경영 악화가 심해지자 26개 해외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1개가 매각됐고 15개가 남아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의 경우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해외 자원 개발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