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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코로나 세대’… 이제는 ‘잃어버린 2년’ 되찾을 시간

입력 | 2022-03-10 03:00:00

기초학력 회복 위해 학교가 할 일
학습능력 부족 해소할 결정적 시기, 어디까지 알고 있나 진단부터 하고
미흡한 아이는 꾸준히 개별 지도를… 교사가 모든 학생 책임지긴 어려워
동네 공부방 등 지역사회 도움 필요



인천 강화군 조산초는 겨울방학인 1월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위한 보충학습을 진행했다.이훈석 교사와 5, 6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왼쪽 사진). 보충학습에 참여한 조산초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위 사진). 지난해 2학년이었지만 숫자를 1부터 15까지만 알던 대전 가오초 영훈이(가명)가 1년 동안 교사와 함께 공부한 수학 교재들. 인천=김동주 zoo@donga.com· 대전=최예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새 학기가 시작됐다. 교육부는 11일까지를 ‘새 학기 적응주간’으로 정하고 단축 및 원격수업을 적극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상 등교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적응주간이 끝나는 14일 이후 등교수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확진되는 학생이 매일 나오는 만큼 수업과 방역에 모두 신경 쓰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학기가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2년’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학생들의 학업 능력 회복을 위해 앞으로 학교에서 집중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 어디까지 아는지 학기 초 진단 필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학기 초에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1, 2년 전 배웠던 것을 잘 모르는 학생이 적지 않다. 지금도 3월에 많은 학교가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라서 학교나 교사에 따라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습은 출발점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만큼 이번 학기는 꼭 진단이 필요하다”며 “초등학교는 담임교사, 중고교는 각 과목 교사가 반드시 학생 진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중 상당수가 ‘기초학력 부족’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게 현장 예측이다. 이런 학생은 학교가 계획을 세워 한 학기나 방학 동안, 길게는 1년 동안 꾸준히 지도해야 한다.

대전 가오초 윤이남 교사는 영훈이(가명)를 데리고 지난해 1년 동안 따로 국어와 수학을 지도했다. 영훈이는 2학년이었지만 숫자를 1∼15까지만 알고 있었고, 한글 읽는 것도 서툴렀다. 3월에 전학 온 영훈이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아 윤 교사도 처음에는 상황을 몰랐지만 진단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수립했다.

윤 교사는 학기 중에는 방과 후, 여름 방학에는 매일 2시간씩 일대일로 가르쳤다. 영훈이가 통낱말로 한글을 이해하지 못해 자음과 모음을 발음하게 한 뒤 입 모양을 사진으로 찍어 반복적으로 가르쳤다. 영훈이는 지난해 4월 ‘선물’과 ‘여우’를 각각 ‘저물’과 ‘겨우’라고 받아썼지만, 9월이 되자 정답을 맞혔다. 지읒(ㅈ)과 시옷(ㅅ)을 헷갈려 해 올해 1월까지도 ‘설탕’을 ‘절탕’이라고 쓰는 등 틀리길 반복했지만 이제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1년 동안 윤 교사와 함께 수학 교재 20권을 푼 영훈이는 이제 “나는 바보가 아니야”라고 노래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고 있다.

인천 조산초 이훈석 교사도 1월 방학 내내 학교에 나와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개별 지도했다. 이 교사는 “지금 공부를 하고 싶지 않구나”, “3개만 풀고 끝내자”라고 다독여가며 학생들을 공부시켰다. 그는 “꼴찌를 하던 아이가 한 학기 보충수업을 한다고 성적이 극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 지도에 지역사회 힘도 빌려야
교사들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업무가 추가되면서 학생 교육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학생 기초학력 보충을 위해 기간제 교사나 대학생 멘토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교사의 책임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김성열 경남대 교수는 “가정환경까지 다 아는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코로나19가 아닐 때보다 더 헌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결손을 회복하기 위해 학습결손 회복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전에는 방과 후 아이들 기초학력을 지도하겠다고 남는 교사가 별로 없었는데, 교육부가 예산을 줘서 시간당 3만, 4만 원 수당이 나오니 신청 교사가 늘었다”고 전했다.

교사가 기초학력 부족 학생 모두를 별도로 지도하기 어려우면 지역사회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박 교수는 “동네 공부방 같은 민간교육기관과 협약을 맺고 언제까지 학생 실력을 향상시키면 교육청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해당 기관이 열심히 지도할 것”이라며 “사교육이라고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맞춤형 학습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최예나 yena@donga.com
인천=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