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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누가 당선되든 ‘文정부 대북정책’ 수정 불가피할듯

입력 | 2022-03-10 03:00:00

[선택 2022]
北 IRBM 발사 등 도발수위 높여… 확실한 비핵화 플랜 등 필요 지적
美, 中 이어 러와도 갈등 본격화… ‘전략적 모호성’ 줄타기 힘들수도
위안부-강제징용 등 한일관계 꼬여… 한미일 3각협력 위해선 방치 못해




향후 5년 국민들의 삶을 책임질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제 관계에서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 상황에 당장 직면하게 됐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 파기를 시사한 북한은 언제든 ‘중대 도발’에 나설 것처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 우리 정부의 외교적 선택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 구도가 더욱 분명해지면서 우리도 당장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일 관계 역시 사상 최악이란 평가가 나와 어떻게 관계 개선에 나설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 핵·ICBM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 北
북한은 올해 들어 각종 미사일 도발을 집중하며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에 이어 4년 4개월 만에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쏜 북한이 이젠 ICBM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등을 빌미로 화성 계열 ICBM의 첫 실거리 사격까지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실험도 남북, 북-미 관계를 완전히 냉각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당장 최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재건하는 새로운 징후가 포착되는 등 도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한 첫 중대 조치라며 2018년 5월 폭파한 곳이다. 미 국가정보국(ODNI)은 7일(현지 시간)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김정은은 지역 안보환경을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핵무기와 ICBM 시험발사 재개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대폭 수정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에 집착하고 북한에 맞춰주는 대북 정책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여전히 도발 수위를 높이며 위협하는 만큼 이젠 확실한 비핵화 플랜을 세우고 북한에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신냉전 속 외교안보 전략 수정 불가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임기 초부터 중국 견제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을 배제시키고, 쿼드(Quad)와 오커스(AUKUS) 등을 축으로 반중 연합전선을 만들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했다. 바이든 정부가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서에는 동맹국들과의 집단적 노력을 통해 중국에 대응하는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담겼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관계가 이념 대결 속 신냉전의 도래를 암시하는 관계로 격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이젠 신냉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중에 이어 미-러 간 갈등까지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외교안보 현실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 방식으로 줄타기를 했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결국 새 정부는 신냉전 속 외교안보 전략을 촘촘하게 다시 짜야 한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견제와 보복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최악 국면 한일 관계 개선도 과제
한일 관계 개선도 새 정부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과제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는 대립으로 치달았다. 위안부 합의를 두고 치열하게 물고 뜯은 양국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며 관계가 악화됐다. 한일 정치인들은 각각 국민들에게 악감정을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며 험한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관계를 이렇게 방치할 경우 국제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 관계 개선은 한미일 동맹을 위해서라도 핵심 과제”라며 “양국 정상이 일단 이런저런 갈등 현안을 다 밀어놓고 우선 빨리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