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낙선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정권교체론이 여론의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여당을 등에 업고 가야만 하는 이 후보의 도전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특히 당내 핵심 세력인 ‘친문’과 ‘86그룹’과는 결을 달리했던 이 후보는 가까스로 원팀을 만들고 선대위 통합에 성공했지만 이 역시 오래된 기반이 아닌, 선거를 위한 ‘프로젝트성’이라는 평도 나와 이 후보의 앞날이 그리 화창하지만은 않다.
‘비주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막판까지도 윤석열 당선인과 여론조사에서 각축을 다투며 지지를 끌어오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강력한 행정력이라는 개인기 하나로 그만큼의 승부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0.73%p라는 역대 최소 득표율 격차로 미뤄봐도 이번 석패를 이 후보 개인의 부족함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2022.3.10/뉴스1 © News1
우선은 대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당내가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당내 세력 갈등도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당 내에서 ‘혁신’의 목소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가 결국 이 후보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86 용퇴론’이 다시 힘을 받아 신 세력이 당권을 잡는다면 이 후보의 공간이 좀 더 커질 수 있다. 오히려 민주당 세력 교체의 아이콘으로서 이 후보가 다시금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는 사실상 현 정부에 대한 평가로 진 것이라고 본다. 친문과 친노 세력에 대한 패배를 의미하고, 당 안에서는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 정도로 이재명 후보가 버텨왔고 경쟁을 했다는 점, 민주당에 있어서는 대안이 없다는 점, 국민들도 친노·친문에 대한 피곤한 감정이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재기할 수 있는 토대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승복 연설을 마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 강력한 친문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재기한 것과는 달리, 이 후보는 그만큼의 당내 세력기반이 없다는 점이 큰 차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며 출마해 다시 의원직으로 돌아갔지만, 이 후보는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해 돌아갈 곳도 없다.
당이 혁신안을 놓고 극심한 분란을 겪게 된다면 결국 분당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럴 경우 이 후보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기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사를 떠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로지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2022.3.10/뉴스1 © News1
특검이 꾸려지거나 차기 정부 검찰에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집요하게 파헤칠 경우 이 후보의 정치적 미래가 극히 불투명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