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은 역대 두 번째로 큰 폭 뛰었다.
10일 한국은행의 ‘2022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 보다 1000억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2월 기준으로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월(-5000억) 보다는 축소됐다.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가 지속되고 있고,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대출금리 상승, 주식 등 투자자금 수요 둔화 등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전세와 집단대출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됐으나 주택매매 거래 둔화 등으로 전월보다 증가 규모가 소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으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이 1조4000억원 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이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달(2조2000억원) 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한은은 앞으로 가계대출이 추세적으로 감소세를 이어나갈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황 차장은 “일부 은행들이 최근 우대 금리 적용을 통해 가계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가계대출이 주춤한 사이 기업대출은 2월 기준 역대 두 번째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기업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6조3000억원 늘어난 1085조3000억원으로 집계돼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 계절적 요인이 소멸되면서 전월(13조3000억원)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2월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큰 폭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5조6000억원 증가한 901조2000억원으로 집계돼 역시 2월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폭 늘었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2조7000억원 늘어난 42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대출은 7000억원 늘어난 18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황 차장은 “중소기업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증가폭이 예년 수준을 상회했다”며 “대기업은 운전자금 수요 감소 등으로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은 만기도래분 증가로 상환이 늘어나면서 순발행 규모가 2조3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