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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당선인 부동산공약 해부]①현 정부 정책과 충돌 불가피

입력 | 2022-03-10 12:19:00


양희성 기자 yohan@donga.com


“부동산정책의 대전환이 예상된다. 실행과정에서 여당이 지배한 국회라는 걸림돌로 인해 적잖은 혼선도 불가피해 보인다.”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예상되는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부동산 정상화’를 목표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공약을 보면 현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관련 정책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내용이 적잖다. △공급 확대를 위한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관련 규제 완화 △임대시장 정상화를 위한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및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포함한 부동산세제 전면 재검토 △주택 대출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로 인한 시장의 혼란이다. 이미 일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로 거래가 급감하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정책이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도 시장의 혼선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① 수요에 부응할 주택 5년간 250만 채 공급

윤 당선인은 부동산 관련 공약을 ‘부동산 정상화’라는 항목으로 별도로 소개할 만큼 공을 들였다. 부동산 정상화를 위해 제시한 과제는 모두 9개이다. 이 가운데 맨 먼저 소개된 사업이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의 충분한 공급’이다. 현 정부가 골머리를 앓던 부동산 가격 급등이 수급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실행방안은 5년간 250만 채 이상 공급으로 요약된다. 특히 수도권에 130만 채 이상 최대 150만 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재건축·재개발로 47만 채(수도권·30만5000채)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채(13만 채)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채(14만 채)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채(6만5000채) △공공택지 142만 채(74만 채) △기타 13만 채(12만 채) 등이다.

도심·역세권복합개발이나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소규모 정비사업, 공공택지 등은 현 정부도 추진해온 사업들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은 정밀안전진단 기준 완화나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서 진행돼야 한다. 현 정부가 반대해온 사업들로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통과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②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30년 이상 아파트 안전진단 면제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두 번째 과제로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를 제시하고,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는 (서울시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대부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이뤄지는데 현 정부 5년 동안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다같이 규제를 강화해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감해 집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선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해 부담금 부과 기준금액을 높이고, 비용인정 항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선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한편 부담금 납부시기를 늦추는 것도 허용해줄 계획이다.

이밖에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 △과도한 기반시설 기부채납 방지 위한 기준 마련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리모델링 추진법 신설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③ 1기 신도시에 주택 10만 채 추가 공급

이런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통해 지은 지 30년이 넘어서고 있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 주택 10만 채를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토지용도 변경과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는 등 체계적인 재정비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또 재정비 사업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대규모 이주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3기 신도시와 중소규모의 공공택지개발사업지구에 이주 전용단지도 만들기로 했다. 재정비 사업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우려되는 전세난 등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순환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30만 채에 달하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10만 채를 추가할 경우 출퇴근길 교통체증 우려에다 각종 생활 인프라 추가 설치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기 신도시와 주변은 개발여력이 없는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2기 신도시 지역주민들의 집값 하락을 우려한 반발도 우려된다. 현재도 1기와 3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불만이 적잖다.

④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학교 지하에 공용주차장 설치

현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4 대책’을 통해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비슷하다. 다만 현재 추진 방식이 보상재원이나 수익성 문제로 일부 시범사업을 제외하곤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인센티브를 추가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꾀했다.

저층 주거 밀집지역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주차장 확보 문제 해결책도 제시했다. 우선 구역 내 또는 반경 300~400m 이내에 지자체가 주차장을 건설하거나 건설을 지원하여 주차장 부담을 덜어주고,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을 완화해 7~10층까지 건축을 허용할 계획이다.

국공유지와 소하천 복개, 학교·공원 지하 등에도 주차장을 설치할 방침이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에선 지하층 한 층을 추가하는 비용을 지원하고, 확보된 주차장을 인근 주민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⑤ 임대시장 정상화…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윤 당선인은 현 정부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제정했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주택임대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함으로써 시장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월세가 급등하고 매물이 감소했으며, 임차인 거주 여부와 임대차 계약 만료시점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이중삼중으로 매겨지거나 매매가격이 달라지는 등 시장질서의 혼란만 야기했다는 것이다.

또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제도도 부활시킬 방침이다. 매입임대용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신규 등록을 허용하고, 종부세 합산과세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세 배제 등과 같은 세제 혜택도 되살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역시 현 정부의 정책과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5월 등록임대사업의 신규 등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등록임대주택제도가 다주택자의 절세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취해진 조치였다.

⑥ 민간임대주택 활성화…양도세 혜택 확대 부여

윤 당선인은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한발 더 나아간다. 공공택지에 민간에 배정된 택지 물량의 일부를 민간임대주택으로 배정하고,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에 대해선 양도세 장기보유공제율을 현행 70%에서 80%로 높여주기로 한 것이다.

또 정부 성향에 따라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지원제도가 오락가락 하는 일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민간임대사업자가 취약계층에게 임대주택을 배정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면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대신 취약계층에 배정된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책정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민간임대주택 활성화와 관련해 윤 당선인측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가 주거취약계층으로 제한돼 입주자에 대한 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모든 임차 가구에 공공임대주택만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대주택의 부정적인 인식 해소를 위해선 중산층용 임대주택도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공공보다는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⑦ 부동산 세제 정상화…종부세 폐지, 양도세 중과세 2년간 배제


윤 당선인은 부동산을 둘러싼 여러 논란 가운데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핵심은 세 부담 완화다.

이를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부동산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시세 반영률을 높이면서 치솟고 있는 부동산공시가격을 고정시킴으로써 추가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뜻이다.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해 폐지하고, 종부세를 산정하는 주요 요소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에서 동결하는 한편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비율을 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해줄 방침이다.

또 세 부담 증가율 상한선을 1주택자와 비조정지역 2주택자에 대해선 150%에서 50%로, 조정지역 2주택자와 3주택자, 법인 등에 대해선 300%에서 200%로 각각 낮춰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선 연령과 관계없이 매각이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시기를 늦추는 것을 허용하고, 보유주택 호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바꿀 예정이다. 즉 집이 2채 이상이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양도세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 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부동산세제의 종합 개편 과정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취득세는 현재 1~3%의 세율을 단일화하거나 세율 적용 구간을 단순화하고,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선 면제해주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 역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을 넘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⑧ 주택 대출 규제 완화…LTV 상한선 80%로 확대

현 정부 내내 고삐를 조여 왔던 주택대출 규제도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담보인증비율(LTV)을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해선 80%로 인상한다. 또 생애 최초 주택 구매가 아닌 경우에도 70%로 단일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40%, 9억 원 초과면 20%이다. 다만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보유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40%, 30% 등으로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또 신혼부부에 대해선 4억 원, 생애 최초 구매자에 대해선 3억 원까지 3년간 저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 전월세 임차보증금 대출도 보증금의 80% 범위에서 수도권은 3억 원, 나머지 지역에서 2억 원까지 지원하고, 최장 10년 간 나눠서 갚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방침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계부채와 맞물려 있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출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또다시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⑨ 외국인 투기성 주택 거래 규제

국내에 살지 않는 외국인들에 대해선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비거주 외국인 주택거래 허가제’가 새로 도입된다. 또 탈세나 가상화폐를 활용한 환치기 등을 막기 위해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국인 수준의 주택거래 자금출처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자 수익을 노린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가 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다. 실제로 2021년 외국인의 아파트 취득은 2010년에 비해 5배 증가했고, 중국인은 경우 2010년보다 27배가 늘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특정 도시나 지역의 이민자 유입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한 조세나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