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정부부처 중 한 곳이 여성가족부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7일 ‘여성가족부 폐지’ 단 일곱 글자로 된 짧은 문구를 페이스북에 올려 강한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한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후보 확정 이후 ‘여가부 무용론’으로 입장을 강화하면서 대선 이후 여가부 폐지 여부가 주목받게 된 상황이다.
다만 여성계 안팎에서는 여가부 폐지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첫 일성으로 ‘통합의 정치’를 역설한 가운데 이제는 대통령 신분으로 국민 통합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폐지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적막 휩싸인 여가부 “조직 개편 지켜봐야”
일단 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여가부는 전면적 개편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된 만큼 조용한 분위기다. 박난숙 여가부 대변인은 “현재 단계에서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은 현안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것뿐”이라며 “향후 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가부 관계자는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정부조직 개편이 어떻게 이뤄질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조직 개편에 따라 여성국은 고용부로, 가족국은 복지부로 갈 수 있어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여성정책의 기획 및 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청소년 및 가족(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 포함)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다만 ‘여가부 폐지’를 언급한 윤 당선인의 대선정책 공약집에는 폐지 이후 기능을 이양할 부처 및 구체적 개편 방안 등에 대한 설명은 없는 상황이다.
◆근소한 득표차에 “강경 추진 힘들 것” 전망도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이 0.73%포인트의 근소한 득표율로 승리한 만큼 폐지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청년층 표를 끌어오려던 당초 전략과 달리, 남녀 간 표가 확연하게 갈리면서 20대 연령층에선 이재명 후보가 앞섰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20대 여성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본 상황에서 사회적인 합의 없이 여가부 폐지를 진행하면 파장이 너무 클 것”이라며 “대통령 당선인은 사회 통합을 이야기해야 하는 만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훈영 여성정치연구소 부소장도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만큼 이러한 저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가 아닌 제대로 된 성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한 정부를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은 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두고 여가부에 힘을 실어준 점 등을 보더라도 민주당이 폐지안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젠더 문제에 접근할 때 젊은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가, 우리 선거전략 과정에서 한 번 돌이켜봐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