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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폐기’ 내세운 尹…환경정책 전면 수정할까

입력 | 2022-03-10 18:06:00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면 폐기를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을 기반으로 한 지금의 환경 정책을 대대적으로 고칠지 관심이 쏠린다. 원전이 빠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이 다시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주요 공약 사항에는 없지만 그간 정책 질의 답변 등을 종합하면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재자연화 사업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각에서는 환경 정책의 방향이 이전 보수 정부 시절로 고스란히 회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NDC 방안·K-택소노미 변화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을 통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방안의 전면 수정 계획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내용으로 NDC를 수정했다. 즉 국내 탄소배출량이 정점을 찍었던 2018년 7억2760만t에서 2030년까지 4억3660만t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NDC 수정 당시 경제 관료들과 산업계는 무리라고 지적했으나 국제사회 ‘기후악당’ 오명을 벗고, 탄소중립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NDC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원전의 비중이 대규모로 빠지면서 원전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불안정성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원전으로 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문재인정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전력생산 중 원전 비율을 A안 6.1%, B안 7.9%로 대폭 줄인 바 있다.

반면 ‘탈원전 정책 폐지’를 내세운 윤 당선인은 원전을 기저발전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2030년 이전에 최초 운영허가가 만료된 원전을 계속 운영해 NDC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미 상향안을 국제사회에 공표한 만큼 국제사회 이목을 고려해 목표치 자체를 하향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탈원전 정책 폐지에 따라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과 현재 부처별로 마련 중인 탄소중립 부문별 이행계획 등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K-택소노미에 원전을 추가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30일 발표한 K-택소노미에는 녹색산업 투자 기준에 원전이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반면 지난달 유럽연합(EU)이 원전을 녹색경제 활동으로 포함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최종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심화됐다.

환경부는 원전이 완전 배제된 것이 아니라며 국내외 동향을 살펴본 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장기적으로 포함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원전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재자연화’도 버리나…그외 정책 이어갈 듯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변화가 예상되는 부문은 ‘4대강 재자연화’다. 정책공약집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유세 과정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지난달 15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보낸 질의서에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지난달 18일 경북 지역 유세 중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 4대강 보(洑) 사업을 아주 폄훼하고 부수고 있는데, 이거 잘 지켜서 지역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문경 시민 여러분이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잘 해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대강 보로 막힌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해 수질오염을 줄이고, 생태계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로 4대강 재자연화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하천 최저 수위보다 높게 설치된 취·양수구, 보 개방시 용수 부족 우려 등으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4대강 재자연화 방향과 지속 여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추후 차기 정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 윤 당선인이 내놓은 환경 정책 중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등록 금지 ▲4등급 이하 노후경유차 폐차 조기 시행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 기준 50→40㎍/㎥ 강화 ▲고농도 초미세먼지 경고 2일 전 발령 ▲신축 건물과 단지에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디스포저) 사용 등도 눈에 띄는 부문이다.

이 밖에 ▲플라스틱·일회용품 단일재질화 또는 재활용 유도 및 발생 자체 저감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육성 ▲사전예방적 물 시설물 관리체계 구축 ▲쓰레기 처리 열분해 방식 전환 등은 현 정부 환경 정책과 유사한 수준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