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대비 준비하는 급식 ‘예비식’, 90%는 잔반과 함께 재활용 처리 서울서만 약 279억 원 버려지는 것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줄이려면 지역사회에 예비식 무료 제공해야
학교 급식에서 일정량을 추가로 준비하는 음식 여유분은 학생들이 먹고 남긴 잔반과 함께 대부분 버려진다. 먹을 수 있는 이 예비식을 지역사회에 기부한다면 환경 문제와 지역사회 기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940년 미국 시카고 대학의 교수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엔리코 페르미는 학생들에게 시카고에는 몇 명의 피아노 조율사가 살고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추정했습니다.
우선 시카고에는 몇 가구가 살고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시카고에는 약 300만 명이 살고 한 가구는 보통 3명이 구성하고 있으므로 시카고는 약 100만 가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 질문은 시카고에는 몇 대의 피아노가 있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피아노 보유율을 약 10%로 잡으면 10만 가구가 피아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구당 한 대의 피아노가 있다면 10만 대의 피아노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이나 필요할까요?
피아노 조율사가 1년에 얼마나 많은 피아노를 조율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조율사가 이동하고 조율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고 추정합시다. 그러면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조율사는 4대의 피아노를 조율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조율사가 주 5일 근무하고 1년에 50주를 일한다면 1년에 조율하는 피아노는 4×5×50=1000대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 조율을 1년에 한 번 한다고 추정하면 피아노를 가지고 있는 시카고의 10만 가구를 1000으로 나누면 100명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숫자는 당시 시카고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조율사의 전화번호 수와 근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제한된 방법으로 대략적인 답을 알아내는 방식을 페르미 추정이라고 합니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음식에 대한 현명한 활용도 중요합니다. 현재 학교 급식에서 유사시를 대비해 일정량의 음식을 여유 있게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잔식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 잔식은 학생들이 먹고 남은 잔반과 함께 재활용 처리하고 있습니다. 재활용률이 90%라고 하지만 잔식은 잔반과는 달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므로 버려지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잔식이라는 이름이 잔반과 유사하기 때문에 예비식이라고 하면 선입견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처리 과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으면 왜 예비식을 없애려고 노력을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정에서도 잔반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집단급식에서 잔반과 예비식을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예비식을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사회를 이룩하는 데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예비식 활용이 얼마가 효과가 있을까요? 일단 서울시에 한정해 그 효과를 예상해 봅시다. 현재 서울시내 초중고교 수는 총 1214개교입니다. 하루에 발생하는 예비식이 20인분, 평균 급식비를 6000원, 그리고 연간 급식일수를 192일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연간 예비식으로 버려지는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1214개교×20인분×6000원×192일=279억7056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이 계산 과정은 정밀하지 않으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불교환경교육에 힘쓰고 있는 에코붓다는 2004년 9월 ‘빈그릇운동 10만인 서약 캠페인’을 시작으로 환경 문제와 기아 해결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운동이자 환경교육이지만 18년 동안 150만 명밖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초중고 학생 수는 500만 명이 넘습니다. 따라서 예비식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빈그릇운동이 펼쳐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