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윤석열]윤석열 당선인이 걸어온 길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3월 이 같은 사퇴의 변을 남기고 26년 검사 생활을 마감했다.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던 윤 당선인은 석 달 뒤 “부패하고 무도한 세력으로부터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며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 “너는 공… 눈사람 구르듯 커질 것”
윤 당선인은 1960년 12월 18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성자 씨의 1남 1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윤 명예교수는 소득 불평등을 연구해 온 경제학자다. 아들의 서울대 법대 입학을 기념해 윤 교수가 선물한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는 윤 당선인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다.
윤 당선인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뗐다. 2002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 생활을 했지만 약 1년 만에 접었다. 윤 당선인은 “검찰청사를 들렀다가 야근 검사실에서 나는 짜장면 냄새가 그리워 다시 검찰로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검찰에서 윤 당선인은 권력층, 기업 비리 수사를 맡아 이름을 알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 수사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때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 당선인의 검찰 생활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당시 수사팀장이던 그는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나, 야당이 이걸 갖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라며 수사와 관련된 외압을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검사 윤석열’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표현이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의 여파로 윤 당선인은 2014년 대구고검 검사로 밀려난다.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부인 김 씨는 유산까지 했다. 검찰 인사가 있을 때마다 사의설이 돌았지만 그는 지인들에게 “잘못한 게 있어야 거취를 밝히지, 잘못한 사람들이 시퍼렇게 눈뜨고 있는데”라며 스스로 검찰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살아있는 권력’ 겨누다 정치의 길로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윤 당선인은 정작 검찰 수장이 된 뒤 곧바로 격랑에 휘말렸다.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까지 밀어붙였다. 모두가 여권의 핵심 인사 및 정책과 연관된 수사들이었다.
2020년 1월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런 윤 당선인을 통제하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윤 당선인의 측근들은 뿔뿔이 지방으로 흩어졌고, 그해 11월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 명령까지 내려졌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을 앞세운 여권의 압력이 강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권과 맞서는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됐다.
결국 헌법정신을 강조하며 검찰총장직을 던진 그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선다.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윤 당선인 측이 “국민이 불러낸 윤석열”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유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