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에 쏠린 눈
우크라이나 개발자 올레그 쿳코우가 스페이스X 스타링크 안테나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집 창문 밖에 꽂아 위성 인터넷 연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올레그 쿳코우 트위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닷새째이던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개발자 올레그 쿳코우는 인터넷 연결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을 다시 쓸 수 있게 됐다는 얘기였다.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주요 시설이 파괴되면서 곳곳에서 장애를 겪고 있다. 스타링크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급 환자를 구출하고 민간인 보호를 위해 통신수단이 필요하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 수천 개 위성끼리 신호 넘겨주고 지상에선 소형 안테나로 받고
우크라이나가 머스크에게 스타링크 서비스를 요청한 이유는 통신 인프라 파괴로 전장에서의 위급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인터넷 연결과 통신망 제공은 포격으로 헤어진 피란민이나 가족, 부상자를 찾기 위한 응급 구조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필수적이다.
스타링크의 군집위성은 고도 약 550km의 지구 저궤도를 돈다.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수천 개의 위성이 머리 위를 지속적으로 지나간다. 인터넷 연결이 됐던 위성이 통신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차례로 다가오는 위성에 신호를 ‘핸드오버’하는 방식으로 연결이 유지된다. 이동통신 용어인 핸드오버는 서비스 중인 기지국 영역을 벗어나 인접 기지국으로 이동할 때 통화나 인터넷 연결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신호를 자동 동조하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1만 개가 넘는 위성을 띄운다는 머스크의 발상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졌지만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놨다.
○ 유럽 인접국 지상 게이트웨이 활용…문제는 전력 공급
우크라이나 개발자 쿳코우가 트위터에 접속할 수 있었던 것은 우크라이나 인근 유럽 국가의 지상 게이트웨이 덕분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위성에 특정 웹사이트 접속 요청 신호를 보내면 위성이 지나가는 지역에 구축된 지상 게이트웨이에 전달된다. 게이트웨이가 해당 웹사이트 관련 신호를 불러와 위성에 보내면 위성은 다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 서비스가 정식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상 게이트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에는 위성 간 레이저 링크 기술을 통해 지상 게이트웨이 접속이 가능한 위성으로 웹사이트 접촉 요청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은 “스페이스X가 이미 미국, 유럽에서 스타링크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만큼 우크라이나 인근 유럽 지역에 지상 게이트웨이가 구축돼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위성 간 레이저 링크 기술이 적용된 위성이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100% 완벽한 통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서비스하고 있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의 운용 개념도. 스페이스X 제공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