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DP, 울릉분지 시추계획 최종 승인
2013년 8월 울릉도 북동쪽 해역에 한국 과학자 3명을 포함해 다양한 국적의 해양학자들을 실은 미국의 과학 시추선 ‘조이데스 레졸루션’이 도착했다. 2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공동해양시추프로그램(IODP)에 소속된 이들 과학자는 아시아 계절풍이 해저 지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시추 작업을 진행하러 왔다.
당시 연구는 동해에서 진행됐지만 보고서에는 동해라는 이름이 실리지 못했다. 일본 연구팀이 연구를 주도하면서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놓고 한국과 일본 과학자들 사이에서 미묘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미국의 중재 끝에 보고서에는 동해와 일본해를 모두 빼는 대신에 시추 지역의 우리말 이름인 울릉분지와 일본이 이를 부르는 이름인 쓰시마분지를 함께 썼다.
11년 만인 2024년 동해에서 다시 추진될 새 시추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이 2015년부터 7년에 걸쳐 제안한 ‘동해 울릉분지 과학시추 계획’이 IODP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계획의 승인을 주도한 김길영 지질연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이 연구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보고서와 연구논문에 울릉분지와 동해 지명을 공식적으로 써야 한다”며 “시추에 참여하기로 한 일본 연구자가 이번 연구에는 빠지겠다고 의사를 밝힐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2024년 시작될 시추에서는 울릉분지에 묻혀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분석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가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고체화한 물질로, 동해에 약 6억 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 해저 지질이 약해지면서 지반이 무너지는 해저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해양과학계는 명맥이 끊길 뻔했던 국제 해저탐사 연구가 다시 재개된다는 점에서 이번 시추 사업 결정을 반기고 있다.
한국은 매년 IODP에 분담금 100만 달러(약 12억2830만 원)를 내며 매년 최대 4명의 과학자를 IODP에 참가시켜 왔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영해의 이익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2020년을 끝으로 지원을 중단하면서 올해 말부터 IODP에서 빠질 예정이었다. 해수부는 새 시추계획이 결정되면서 관련 연구 예산을 다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IODP 과학자들은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선도국 지위가 있는데 26개국에서 빠진다고 하자 이해를 못 했다”며 “해양과학 투자가 국가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전=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