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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 만나세요”… 진짜 나, 그리고 인연

입력 | 2022-03-11 03:00:00

13일 첫방, 채널A 여행 다큐 ‘엄마의 여행 고두심이 좋아서’의 고두심
제주-광양-인천 등 국내 명소 돌며 소중한 ‘길벗’들과 깊은 공감 나눠
“힘든 삶속 여행 목마른 엄마들에 잠깐이나마 힐링 선물하고 싶어”




올해로 데뷔 50년 차인 배우 고두심(71)이 힐링 여행을 떠난다. 13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을 하는 채널A·LG헬로비전 공동제작 여행 다큐멘터리 ‘엄마의 여행 고두심이 좋아서’를 통해서다. 고두심이 단독 진행을 맡은 ‘엄마의 여행…’은 가족에게 헌신하느라 나를 잊고 산 이 시대 엄마들을 위한 여행을 다룬다. 드라마 ‘전원일기’, ‘동백꽃 필 무렵’ 등 수많은 작품에서 ‘국민 엄마’로 활약한 고두심이 동료 배우들과 함께 길을 떠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두심. 연기 인생 50년의 베테랑 배우인 그는 “40대가 되니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뒤를 돌아보면서 ‘이야, 너 잘 버텨 왔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 후로는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6일 만난 고두심은 ‘엄마의 여행…’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에서 나의 삶을 돌아보는 휴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외국 여행을 못 가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외국만 좋은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이 참 많다”고 했다.

13일 처음 방송되는 ‘엄마의 여행 고두심이 좋아서’의 여행지는 제주도다. 제주도가 고향인 고두심은 아들인 배우 김정환(오른쪽)과 함께 제주 곳곳을 누비며 선배 배우이자 엄마로서 깊은 대화를 나눈다. 채널A 제공

첫 촬영지는 그의 고향인 제주도.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함께했던 따뜻한 추억이 남아있어 제주에서 첫 여정을 시작하고 싶었다”며 “제주는 엄마의 품 같다”고 했다.

“제주도 곳곳에 널브러진 구멍 송송 난 현무암을 보면 엄마가 생각나요. 7남매를 키워낸 엄마의 가슴에도 저렇게 구멍이 뚫려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의 여행길엔 길벗이 동행한다. 배우로 활동 중인 아들 김정환(36)과 제주도를 시작으로, 드라마 ‘미래의 선택’(2013년)에서 함께 열연한 윤은혜와는 전남 광양에서 제철음식을 맛보는 봄꽃 여행을 한다.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2004년)를 통해 애틋한 모녀관계를 보여준 한고은과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인천으로 떠난다.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년)에 함께 출연한 MBC 5기 공채 탤런트 동기이자 50년 지기인 이계인과는 숨겨진 힐링의 도시, 대전을 찾는다.

인터뷰 이틀 전 윤은혜와 광양 촬영을 마쳤다.

“은혜는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사실 현장에서 만난 적은 없었어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은혜가 출연 제안을 받고 ‘제작진의 농간 아니냐. 정말 선생님이 저를 초대한 거냐’ 물었다고 하더라고요. 여행을 함께 하며 느낀 건 은혜가 참 정이 많은 좋은 친구라는 거예요.”

방송에선 광양 여행에 나선 두 배우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하게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두심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인연’이라고 했다.

“마음의 문이 열렸다가 닫힌다고 해서 관계 자체가 단절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어진 시간이 여기까지였으니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봐요.”

그가 선호하는 여행은 어떤 스타일일까.

“겉옷 하나 걸치고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그런 자유로운 여행이 좋아요. 여행은 힘든 삶을 달래주는 힘이 있어요. 아직도 가족 돌보느라, 생계를 꾸리느라 여행 한번 편하게 못 떠난 엄마들에게 방송을 통해 잠깐이나마 힐링의 시간을 선물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