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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아름다운 똥바가지’ 향기에 풍덩 빠져든다

입력 | 2022-03-11 03:00:00

SNS 핫플된 온양민속박물관
소박한 민속유물로 참신한 전시
예술-일상 어울린 쉼터로 진화중



조선시대 병아리를 기르던 새장 ‘어리’(왼쪽 아래)와 이를 촬영한 구본창 작가의 사진작품(오른쪽). 온양민속박물관 제공


충남 아산시 온양민속박물관은 ‘똥바가지’ 같은 화려하지 않은 민속유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박물관에 다녀간 이들이 올린 사진이 줄을 잇는다. “소박한 민속유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시도가 참신하다”는 평이 나온다.

온양민속박물관은 19세기 말 흥선대원군의 ‘거북 흉배(조선시대 관복의 가슴 부위에 새기는 자수)’를 비롯해 약 3만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44년 된 박물관의 변신을 이끈 이는 김은경 관장(68). 2006년 관장이 된 그는 계몽사 창립자인 아버지 고 김원대 관장의 뒤를 이었다. “값비싸고 아름다운 작품보다 닳고 사라질 것들을 지키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그는 사진·공예작가들과 협업했다. 그는 “2018년부터 박물관 소장 유물과 함께 사진·공예작품을 한 공간에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에 작품 ‘달항아리’로 유명한 구본창 사진작가에게 박물관에 와서 똥바가지를 촬영해달라고 했어요.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유물을 찍어 달라고요. 낮은 이들이 쓰던 손때 묻은 물건이 지닌 소소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박물관 소장품 중에는 충남도 지정문화재 22점이 있지만 김 관장은 이보다 ‘하찮아 보이는’ 유물들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2020년에는 놋그릇과 갓 등의 소장품을 촬영한 김경태 사진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는 시구처럼 낡고 오래된 놋그릇도 다르게 볼수록 아름답더라”고 했다.

김 관장은 옛 유물을 품은 박물관을 넘어 예술과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을 꿈꾼다. 2018년부터 봄, 가을마다 박물관 정원을 야간에 개장해 지역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박물관 부지에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를 열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예 수업을 하고 있어요. 주변에 멀티플렉스 같은 게 별로 없어요. 그러니 저희 박물관이라도 즐길 거리를 드려야죠.”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