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에 중동의 오일머니가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K-게임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1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는 올해 들어 엔씨소프트와 넥슨 주식을 장내에서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PIF는 지난 1월 26일 엔씨 주식 109만2891주를 처음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2월 16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1조 원 넘게 투자했다. 이로써 엔씨 주식 203만 2411주(지분율 9.26%)를 보유하게 된 PIF는 김택진 엔씨 대표(11.9%)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넷마블(8.9%), 국민연금(8.4%)을 넘어섰다.
PIF는 이번 매수가 단순 투자이며, 경영 참여가 아닌 주식 보유에 따른 기본 권리만 행사하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PIF가 K-게임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고 있다. 공시하기 전까지는 취득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더 사들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PIF는 5000억 달러(약 6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영 중이며, PIF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게임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PIF는 지난 1월 ‘새비 게이밍 그룹(Savvy Gaming Group)’을 출범한 이후 전세계 게임산업을 주도하겠다는 목표 실현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PIF는 엔씨, 넥슨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게임사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일본 SNK의 최대 주주에 올랐고, 미국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 등에도 투자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캡콤(Capcom) 지분(5.05%)도 3억 3200만 달러(약 4073억 원)에 사들였다.
K-게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눈독 들이기에 충분한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총 193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19년 대비 21.3% 성장한 18조 885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1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 또한 81억 9356만 달러(약 9조 6688억 원)로 전년 대비 2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기 게임 IP(지식재산권)의 글로벌 확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인기 IP는 이스포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엔씨의 대표 IP 신작 ‘리니지W’ 역시 국내를 넘어 태국, 대만 등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리니지W는 북미, 유럽, 남미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엔씨와 넥슨은 자사 IP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의 확장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메타버스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지난 1월 자사가 보유한 게임 IP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마블 영화를 감독한 루소 형제의 제작 스튜디오에 최대 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중 최대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비트스탬프도 소유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블리자드 인수를 기점으로 메타버스와 NFT 측면에서 게임사에 대한 가치 재평가와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K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사에 대한 투자 수요도 커질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