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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위탁 아이들과 피란 간 우크라 여성들…정작 “친딸과는 헤어져”

입력 | 2022-03-11 11:14: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위탁 자녀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10일(현지시간) CNN을 통해 소개됐다.

CNN에 따르면 심리학자이자 미술치료사인 옥사나는 비정부기구(NGO) ‘SOS 어린이 마을’ 우크라이나 브로바리 지부에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돌봐왔다.

특히 마을 아이 중 6명을 맡아 키우던 옥사나는 “지난달 24일 새벽 4시께 엄청난 폭발 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전쟁이 시작됐음을 알았다”고 전했다.

옥사사는 “한 아이가 (폭탄 소리에)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며 “아이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며 급박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달래며, 남편과 다른 아이들을 깨워 지하실로 피신했다. 전쟁을 대비해 지어진 방공호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방공호를 찾을 시간도, 선택의 여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옥사나는 “아이들은 전쟁 전부터 심리적, 신체적, 경제적 그리고 성적으로 학대당해왔다”며 “인생의 시작을 힘들게 한 아이들에게 전쟁의 트라우마마저 닥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어린 시절을 누리지 못했던 아이들은 이제 이들은 피난민이 됐다”고 덧붙였다.

옥사나와 함께 ‘SOS 어린이 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타티야나는 전쟁이 시작되자 총 107명의 아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로 향했다. 타티야나가 우크라이나를 떠난 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정작 우크라이나 머무는 가족들과는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타티야나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딸과 엄마가 너무 걱정되지만, 아이들을 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폴란드 비우고라이로 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딸은 러시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남기를 원했다”며 “딸은 이미 성인이므로,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옥사나는 “이르핀에서 온 소녀는 눈앞에서 가족이 총에 맞는 것을 목격했다”며 “어떤 상태일지 상상하는 것 자체가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이제 폭발, 방공호, 전쟁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고통받는 건 아이들뿐이 아니다. 아이들만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푸틴은 제2의 히틀러다. 세계가 그를 막지 않는다면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