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말기 심장질환 환자가 두 달 만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종장기 임상시험에 대한 시기상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나 조직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은 본래 긴 호흡을 갖고 연구해야 하며,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종장기 개발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생기면서 연구의 길만 터놓은 건데 벌써 상용화 기대감이 너무 높은 거 같아서 우려 된다”며 “면역거부반응 등과 관련한 치료 기술이나 관련 치료제가 있는 상태에서 상용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넨바이오, 옵티팜, 비엔지티 등 기업들이 이종장기를 연구하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미니돼지를 통해 이종장기 이식을 한다. 미니돼지의 췌도나 각막, 심장, 피부 등을 이식하는 것이다. 현재 무균돼지의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혈당 조절을 담당하는 췌장에서 췌도세포만 분리하는 이종췌도 이식은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는 1형 당뇨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제넨바이오는 2019년 서울대학교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하 이종장기사업단) 및 가천대 길병원과 함께 이종췌도 이식 연구자임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이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식약처의 장기간 관찰 연구 데이터 요청에 따라 제넨바이오는 추가 보완자료 제출을 위한 제출기한 연장을 연말까지 요청한 상태다.
옵티팜은 현재 신장·간, 이종췌도 비임상을 준비 중이다. 신장과 간 이식 연구는 국책과제로 진행 중이고, 이종췌도는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옵티팜은 이종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이나 이종 간 감염병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종이식에 쓰이는 동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형질전환 과정을 거친 돼지로 연구를 진행한다.
작년 형질전환돼지 한 마리에서 성인 1명에 이식할 수 있는 충분한 췌도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특정 효소를 활용해 인체 이식에 필요한 충분한 양과 안정적인 크기의 췌도 세포를 분리한 것이다.
옵티팜 관계자는 “세계이종이식학회 권고에 따르면, 비임상에서 돼지 췌도를 원숭이 8마리에 이식한 뒤 이 중 5마리가 생존해야 하고, 또 이 중 1마리는 1년 이상 생존해야 한다”며 “이 같은 규정을 참고해 비임상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임상 단계에서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임상 프로토콜을 변경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돼지 심장 이식수술과 같은 소식으로 이종이식이 금방 가능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이 분야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식약처는 이종이식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 현재 이종이식제제 관리기준 마련을 위한 용역사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는 제넨바이오와 옵티팜 등도 참여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연구사업을 진행 중으로, 이것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자문과 업계의 의견 조회 등을 통해 올 연말쯤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