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스크를 납품받은 뒤 대금을 주지 않은 70대 수출업체 대표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송치된 수출업체 대표는 소외된 이웃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주변에는 ‘마스크 기부천사’로 불렸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1일 박모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수천만 장의 마스크를 기부하며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는 등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박 씨는 납품 업체에 제작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기부천사 행색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기부할 마스크를 공급받기 위해 지난해 초 마스크 제작 업체에 “미국과 수십억 장의 마스크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며 접근했다. 업체들은 박 씨의 말을 믿고 마스크를 싼 값에 넘겼다. 하지만 박 씨는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업체들은 지난해 11월 박 씨를 고소했고 박 씨는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혐의를 부인해왔다. 또 외국에서 신용장(금전을 지급할 것을 보증하는 증서)을 받으면 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박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해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박 씨는 사기죄 전과 2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개월여의 추적 끝에 이달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에서 박 씨를 체포하고 4일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11일 오전 파란색 경량패딩에 청바지 차림으로 수서경찰서를 나선 박 씨는 혐의 인정과 신용장 발행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그런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며 호송차에 올랐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