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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2022] 역대급 실적에도 불안한 미래. 크래프톤의 돌파구는?

입력 | 2022-03-11 16:07:00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흥행으로 몇 년 전부터 상장 기대주로 꼽혔던 크래프톤은 지난해 8월 드디어 코스닥에 입성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인 49만 8,000원, 확정 공모가 기준 공모 자금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4.3조 원이다. 역대급 공모가 덕분에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24조 원을 넘어서면서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단숨에 게임업계 대장주로 올라섰다.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제공=크래프톤)


크래프톤을 게임업계 대장주로 이끈 것은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성과다.

크래프톤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에 매출 1조 8,863억 원, 영업이익 6,396억 원 당기순이익 5,199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4분기 매출액은 4,440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 당기순이익 6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세를 보였다.

이전까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상관없는 별개의 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던 텐센트의 ‘화평정영’ 관련 수익 배분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된 것이 옥의 티일뿐, ‘배틀그라운드’ IP(지식 재산) 하나에 의존하는 회사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매출이 2조가 넘는 엔씨소프트의 2배에 가까우며, 넷마블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다.

크래프톤 2021년 실적 (제공=크래프톤)


특히, 주력 수익원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판매량 7500만 장을 넘어서면서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던 ‘PUBG 배틀그라운드’는 무료화 전환으로 이용자가 대폭 상승했다.

다만,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크래프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거의 반토막 난 상태다. 지난해 말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출시 전만 하더라도 기대감으로 50만 원을 넘기기도 했으나, 현재는 3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장병규 의장이 주가 부양을 위해 사비로 300억 원 규모 주식 인수를 했으나,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크래프톤 주가 변화 (자료=네이버 증권)


현재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게임주뿐만 아니라 전체 주식 시장이 안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크래프톤의 주가 하락이 더 눈에 띄는 것은,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선보였던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집중된 수익원의 다양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상황이며,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 게임 규제로 인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수익 감소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긴 하나, 단일 IP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크래프톤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제공=크래프톤)


때문에 크래프톤은 수익원 다양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IP를 단편 영화,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시킨 ‘PUBG 유니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투자는 물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 NFT 사업까지 발표한 상태다.

지난해 인수한 회사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브노티카' 시리즈로 유명한 언노운월즈다. 언노운월즈는 '하프라이프 MOD', '내추럴 셀렉션' 시리즈, '서브노티카',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 등 독창적인 PC 및 콘솔 게임을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한 개발사로, 올해 사이파이(Sci-fi)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턴제 전략 게임인 ‘프로젝트M’을 개발 중이다.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펍지 유니버스 (제공=크래프톤)


이 외에도 드림모션, 5민랩 등 국내 소규모 개발사를 인수하고, 중국 못지 않는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에도 게임 개발사, e스포츠 회사,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딥러닝, 메타버스, 웹 3.0, NFT, VR 등 신사업에도 적극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딥러닝의 경우, 2022년 말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보이스 AI를 활용한 텍스트 기반의 오디오 편집툴을 제공하는 오디오 콘텐츠 UGC(User Generated Contents)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언리얼 엔진 기반 콘텐츠 제작 툴로 높은 수준의 메타버스도 구현할 계획이다.

아울러 네이버제트 및 제페토와의 신규 웹 3.0 및 NFT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이용자 창작 기반 NFT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 및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 메타버스 기업 중 가장 앞서 있다는 네이버제트가 크래프톤을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언노운 월즈의 대표작 서브노티카 시리즈 (제공=크래프톤)


다만, 신사업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당장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올해 출시 예정인 신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출시일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글렌 스코필드가 이끌고 있는 스트라이킹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공포 게임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할 예정이며, 언노운월즈도 ‘프로젝트M’을 얼리액세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대형 작품은 아니지만 드림모션의 '로드 투 발러: 엠파이어스’(Road to Valor: Empires)와 라이징윙스의 ‘디펜스 더비’(Defense Derby) 등 모바일 게임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펍지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루트슈터 장르 신작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눈물을 마시는 새' 기반 신작은 내년 이후 기대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 (제공=크래프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지금의 성과를 유지하는 가운데, 신작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들이 본격화되는 것이 올해 그릴 수 있는 최고의 그림이다.

하지만, 올해 출시할 주력 게임들은 ‘배틀그라운드’ 만큼 엄청난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임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콘솔 중심이고, 싱글 플레이 위주이다 보니, 부분유료화로 폭발적인 매출을 이끌어내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만큼의 매출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크래프톤이 준비 중인 신작들 (제공=크래프톤)


신사업 역시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향후에는 엄청난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크래프톤이 주가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배틀그라운드’ IP의 성장이 계속 진행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상황이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 별 문제가 없기를 “하느님 혹은 중국에 있는 누군가”에게 빌어야 하는 상황이다. 크래프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PUBG 배틀그라운드’는 무료화 이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시즌패스 등 부분유료화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고, 인도에 재진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도 전성기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남은 것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겹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가 독자적인 매출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크래프톤이 업데이트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만의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하는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제공=크래프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ra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