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노믹스, 윤노믹스, SY노믹스, 윤석열노믹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가 추진할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 차기 정부 정책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공식화된 이름도 없지만 세간에선 예전 작명법에 준해 다양한 이름을 만들어 붙이기 시작했다.
▷국가 수장의 성(姓), 이니셜에 이코노믹스(경제학)를 결합한 ‘∼노믹스’의 원조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레이건 정부는 2차 오일쇼크로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세금을 낮추는 레이거노믹스를 1980년대에 추진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제품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대폭 늘리는 바이드노믹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본에선 아베 신조 총리 때 아베노믹스부터 총리 이름을 경제정책 작명에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김대중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강조하며 사용한 DJ노믹스가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는 7% 성장론, 균형발전 등이 담긴 노(盧)노믹스, 이명박 정부는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한 MB노믹스를 추진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및 재정·세제 구조조정을 통한 복지 확대를 추진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근혜노믹스 또는 박근혜노믹스로 불렸다. 하지만 출범 이듬해 세월호 참사 후 경기가 가라앉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도의 종합 경기부양책이 나왔고, 그때부터 초이노믹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윤 당선인은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미국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을 만큼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의 공약 대부분은 실패한 현 정부 부동산, 일자리,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작용 성격이 강하다. 경쟁적으로 쏟아낸 포퓰리즘 공약까지 뒤섞여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과 비전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걸러낼 건 걸러내고, 더할 건 더해 전체 그림을 완성한 뒤 작명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