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기자는 3년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사를 쓰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코로나19 관련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 내용이 매번 당시의 코로나19 ‘최신 상황’을 반영하는 점이 흥미롭다.
2020년 초 “마스크를 쓰면 ‘우한 폐렴’을 예방하느냐”는 단순한 질문이 지난해 백신 부족 때는 “백신 빨리 맞는 방법이 있느냐”로 바뀌었다. 감염된 사람이 크게 늘어난 요즘은 확진 후 격리 기간, 지원금 액수 등이 사람들의 코로나19 관심사가 됐다.
최근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어린 아들딸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혀도 되느냐”는 것이다. 14일 정부의 5∼11세 백신 접종 계획 발표를 앞둔 여파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어린이부터 우선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접종 백신은 화이자의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이며 1회 투여 용량은 성인의 3분의 1로 결정됐다. 걱정 많고, 셈 빠른 부모들이 미리 ‘정보 수집’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에게 되물어봤다. 어린이 접종이 시작되면 맞힐 것이냐고. 요식업자, 은행원, 기자, 공기업 직원 등 7명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전원 “맞히지 않겠다”고 한다.
이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유별난 ‘안티백서’도 아니다. 전원 일찌감치 자신의 2, 3차 접종을 끝냈다. 정부가 집단면역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던 ‘백신 접종률 70%’ 달성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던 평범한 30, 40대다. 자신이 접종하면 어린 자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깨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린이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5∼11세도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감염 및 중증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감염을 줄이고 위중증 악화를 막는다는 얘기지만, 이제 그 이유만으로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접종 장소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은 해외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성인 백신 접종률이 2차 기준 79%로 유럽연합(EU) 내 상위권인 프랑스는 6일 현재 5∼11세 접종률이 4%(2차 기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어린이 접종을 시작한 미국 역시 26% 수준이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성인과 어린이 사이의 접종률 격차가 더 클 수 있다.
어린이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드시 이들에게 백신을 맞혀야 한다면, 정부가 14일에는 명확히 백신 안전성을 설명해야 한다. 부모들이 궁금한 내용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5∼11세 자녀에게 10년이나 20년 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그 대답이 없거나 또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면 백신 불신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