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포 조던/다나 카네디 지음·하창수 옮김/474쪽·1만9800원/문학세계사
아들 조던 킹(왼쪽)을 위해 이라크로 파병 간 뒤 매일 아들을 향한 편지를 일기장에 쓴 미 육군 선임부사관 찰스 먼로 킹(오른쪽)과 아내 다나 카네디. 조던이 생후 6개월이었던 2006년 10월 킹은 전장에서 포탄이 터져 전사했다. 그의 군복 주머니엔 늘 조던의 초음파 사진이 들어 있었다. 다나 카네디 제공
2006년 5월 이라크로 파병된 미 육군 선임부사관 찰스 먼로 킹은 바그다드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악명 높았던 주르프 알 스카르에 배치됐다. 주둔지에서 약 15km 떨어진 지역에 정찰지를 마련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고민에 빠진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폭발물이 사방에 널려 있었기 때문. 결국 이동 중 폭발사고로 휘하의 병사가 목숨을 잃는다. 죽음을 목격한 그날 킹은 편지에 이렇게 적는다. ‘그 친구가 우리를 웃기려고 했던 우스꽝스러운 짓들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슬그머니 미소를 짓기도 했어. 웃음은 상처 난 영혼에 더할 수 없는 특효약이야.’
고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는 아들 조던을 향한 것이었다. 2005년 12월 배 속의 아들과 아내를 뒤로하고 이라크로 떠난 킹은 2006년 10월 전사하기까지 아버지 없이 살아갈 수도 있을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편지로 남겼다. 그는 전장 한복판에서 군인으로서의 사명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매일 적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동료들은 그의 아내인 저자에게 편지를 전했다. 퓰리처상 수상자로 뉴욕타임스 기자인 그는 남편과 함께한 일상의 이야기를 편지와 함께 엮어 책으로 펴냈다.
킹은 운명처럼 서로 이끌린 아내와의 결실이 조던이라고 했다. ‘네 엄마는 아빠로 하여금 실패한 이전 결혼생활로 겪고 있던 좌절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들였는데 그런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글은 상처를 보듬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저자는 남편이 보낸 첫 문자메시지부터 첫 데이트에서 샐러드를 시킨 것까지 킹의 생전 모습을 자세히 전한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저널 포 조던’의 포스터. 다나 카네디의 책이 원작이다. 소니픽처스 제공
아버지의 조언은 실질적이고도 생생하다. ‘남자도 얼마든지 울 수 있어. 울음만큼 고통과 압박감을 덜어낼 수 있는 것도 없지’ ‘누군가 너의 결정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서도록 해. 너의 인생이지 그들의 인생이 아니니까!’ 저자는 남편의 편지를 받고 “전쟁이 그 사람을 우리에게서 영원히 빼앗아간 게 아니란 걸 느꼈다”고 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전쟁이 인간의 삶에 남기는 처참한 흔적을 바라보는 요즘, 킹의 마지막 편지를 되새겨본다. ‘항상 가족을 돌보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살아라. 아빠는 너를 사랑하고, 너의 엄마를 사랑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