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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밑줄 긋기]식탁 위의 고백들

입력 | 2022-03-12 03:00:00

◇식탁 위의 고백들/이혜미 지음/창비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 있는 형광 빛의 근채류 식물. 어쩌면 우리가 보는 세계가 이토록 캄캄한 것은 마음 주위를 자전하는 빛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휘황과 광채는 도리어 주위의 캄캄함을 일깨우기에.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로부터 지구로 파견 나온 스파이가 된 것 같다.

당근, 토마토 등 음식재료에 얽힌 단상을 쓴 시인의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