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웅 씨가 국내 한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해 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이무웅 씨 제공.
“올 6월 유럽 조지아에서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신청을 마쳤습니다. 그 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 잠잠해지겠죠? 제가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립니다. 그 나이에 어떻게 하냐고. 그럼 ‘해봤어?’라고 하죠. 어느 순간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께서 했던 말을 제가 쓰고 있어요. 시도조차 안 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씨는 코로나19 탓에 2년 넘게 해외로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바로 직전인 2020년 2월 초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있는 상투메프린시페라는 조그만 섬나라에서 열린 5박6일간 20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마지막 도전이었다. 올해 다시 그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무웅 씨가 국내 한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해 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이무웅 씨 제공.
운동장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 외곽을 달렸다. 매일 달리니 한번에 뛰는 거리도 늘었다. 공식대회에서 검증을 받고 싶었다. 1998년 10월 춘천마라톤 10km에 신청했다. “당시 내 나이가 55세였다. 속칭 중늙은이였다. 혹시나 달리다 변이 생길까봐 아들과 딸을 데리고 갔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엔 심각했다.” 56분45초. 첫 완주 치고는 좋은 기록이었다. 1999년 3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에서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1시간56분51초.
“솔직히 마라톤대회를 잘 몰라 10km 다음엔 15km, 20km 등 차근차근 출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바로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아들 딸 대신 회사 직원들과 야유회를 함께 가는 식으로 경주로 갔죠. 역시 혹시나 잘못될까 두려웠어요.”
풀코스는 전문적인 훈련하는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꿈도 꾸지 못했다. 2000년 10월 춘천마라톤 하프코스를 달리려 했는데 그해부터 하프코스가 없어졌다. 낭패였다. 어쩔 수 없이 풀코스를 신청했다.
이무웅 씨가 2020년 2월 초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있는 상투메프린시페라는 조그만 섬나라에서 열린 5박6일간 20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참가해 적도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무웅 씨 제공.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이 다 그렇듯 달린 땐 고통 속에서 ‘내가 다시 풀코스에 출전하면 바보다 바보’라고 하다가도 결승선만 통과하면 ‘내가 언제 그랬지’하며 다음 대회를 찾듯 이 씨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달렸다. 어느 순간 풀코스가 싱겁다고 느껴졌다. 좀 더 고통스러운 게 없나 찾았다. 100km 울트라마라톤이 보였다. 이 씨의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은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49분 25초다.
“전 이상하게도 늘 좀 더 힘든 것을 찾았어요. 하나에 만족하지 못했죠. 더 힘든 것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2002년 서울울트라마라톤 100km를 13시간30분48초에 완주했습니다. 제한시간 14시간 이내 완주였어요. 마라톤 풀코스하고는 완주 감동이 달랐어요. ‘뭐 또 없나’하며 2003년 2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한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는 이무웅 씨. 이무웅 씨 제공.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그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면 목표로 하는 곳은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그는 달리면서 건강 하나는 자신한다. 어떤 질환 약을 아직 먹는 게 없다. “하루 세끼 다 잘 먹고 술도 잘 마신다”고.
이무웅 씨가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이 씨는 지난해 해외에서 온 친구와 10박11일간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전국 명산 투어를 했다. 이무웅 씨 제공.
이렇게 많이 달리는데 몸에 부작용은 없을까. 2014년 허리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는 “2010년부터 기록이 떨어지면서 달리는 게 힘들었다.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물론 그 때도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2014년 사막마라톤 입문 10주년을 기념해 모로코사하라사막 마라톤에 도전했는데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 그리고 9월 수술 받았다”고 했다. 이 씨는 “나이 들어 10kg 이상 배낭을 메고 달린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이 들면 키도 줄고 몸이 오그라드는데 10kg 이상을 메고 사막을 달렸으니 협착이 급격히 진행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척추 협착증 수술 이후 다시는 안 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땀 맛’이 또 생각났다. 수술한 뒤 한달도 되기 전에 10km를 완주했다. 전혀 이상이 없었다. 하프, 풀, 100km 울트라…. 2015년 스리랑카 220km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했다.
한 사막마라톤에 참가해 질주하고 있는 이무웅 씨. 이무웅 씨 제공.
그의 철칙은 몸에 맞게 달리는 것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고. 그는 “대회에 출전해도 내 몸이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춘다. 그래서 내 운동 수명이 긴 것 같다. 우리나라나 전 세계적으로 내가 울트라마라톤 하는 최고령에 속한다. 그 자부심을 오래 느끼려면 천천히 욕심을 버리고 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250km 산악마라톤에 또 도전한다. 그는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도전은 불가능하다. 그냥 가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도전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