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북쪽, 서쪽, 북동쪽에서 진격하고 있다. 진격 과정에서 키이우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바실키프 공항이 파괴됐고 인근 두 곳의 석유 저장고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키이우 인근 마카리브 마을에 있는 아파트 단지나 학교, 의료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도심에서 약 25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키이우 동부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탱크를 파괴하면서 진격을 저지중이다.
◇러軍 무차별 공격 계속돼…대피하던 민간인에 총격까지
또한 러시아군은 사전에 합의된 인도주의 통로로 대피하던 민간인에게도 총격을 가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키이우 지역 페레모하 마을에서 인도주의 통로로 대피중이던 민간인 7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7명 중에는 어린이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전략적 항구인 남부 오데사 근처의 미콜라이우시에서 위치한 암 치료 병원과 안과도 폭격했다.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는 아직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된 상태다. 행정 당국자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의 전기, 식수, 가스가 바닥났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인근 마을인 이르핀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이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연설 영상에서 “러시아의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군 약 13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사상자 규모를 발표한 바 있지만 군병력 손실에 관련한 수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미 1000억달러(약 123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면서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기업은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아무리 어려운 일일지라도 방어 강도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 협상팀과 휴전 등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팀은 서로 최후통첩을 교환하기보다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서방이 협상에 더 적극 관여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중재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유대계 우크라이나인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예루살렘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세 차례의 대면 협상 이후에도 화상 연결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우크라에 2500억 군비 추가지원
한편 미국은 타국에 군사 장비를 지원하지 말라는 러시아의 경고에도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2억달러(약 2500억원) 규모의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해외 원조법을 통해 할당된 최대 2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배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해당 자금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와 기타 군수물자 제공, 군사 교육·훈련 등에 사용된다.
미 당국자는 또한 “우크라이나 최전선 방위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전차, 대공 시스템, 소형무기 등을 즉각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승인으로 지난 1년간 미국은 약 12억 달러(약 1조4800억원) 규모의 안보 원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 이후를 기점으로 보면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는 약 32억달러(약 3조9600억원)에 달한다.
◇ 마크롱-숄츠, 푸틴과 통화로 휴전 재촉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75분가량 통화를 하면서 즉각적인 휴전과 함께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번 통화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프랑스와 독일에게 우크라이나에서의 실제 상황을 전달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자행한 비인도적인 행위를 우려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민간인이 교전 지역에서 피란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행위를 중단하도록 서방이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10일에도 러시아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