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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삼척 산불, 역대 최장 213시간만에 진화… 서울면적 35% 피해

입력 | 2022-03-14 03:00:00

2만923ha 불태워… 역대 두번째 피해



산불이 할퀸 상처 초대형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울진군 북면의 산들이 13일 새카맣게 불탄 채 잿더미로 변해 있다. 4일 울진의 야산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진 이번 산불은 213시간 43분 동안 지속돼 13일 오전 9시경에야 주불이 꺼졌다. 울진=뉴스1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진 초대형 산불이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 2만여 ha(헥타르)를 태우고 13일 꺼졌다.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란 기록을 남겼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울진·삼척 산불은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발화해 13일 오전 9시경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 권호갑 남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47)은 “진화대원 생활을 10년 이상 했지만 이번 산불만큼 진화 중 생명에 위협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고 돌이켰다.

산불 피해 추정 면적은 2만923ha(울진 1만8463ha, 삼척 2460ha)로 서울 면적의 약 35%에 이른다.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기간이 겹치는 강릉·동해 산불 피해 면적(4000ha)을 포함할 경우 피해 면적은 2만4923ha로 역대 최대가 된다. 다만 산림청은 두 산불 피해를 별개로 집계할 방침이다.


○ 특급 마무리 주역은 봄비

울진과 삼척에 원자력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시설 등 국가 주요시설과 금강송 군락지 등이 있어 초긴장 상황이 매일 이어졌다. 권 진화대원은 금강송 군락지 방어에 나섰을 때를 회상하며 “수령 500년 이상인 대왕송을 지키기 위해 안일왕산 정상에 오르자 산 너머 불길이 마치 파도처럼 금방이라도 세상을 덮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난관은 응봉산 주불 진화였다. 해발고도가 1000m에 가깝고 절벽 등 급경사가 많아 헬기 진화에 의존해야 했다. 산림청 소속 산림항공본부 황남식 기장(55)은 “산불 구역이 워낙 넓고 연기 탓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곳곳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송전선과 송전탑을 피하느라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진화를 도운 마지막 주역은 봄비였다. 울진에는 12일 늦은 밤부터 약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며 13일 15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진화에 투입된 자원도 기록적이었다. 산림청은 10일 동안 누적으로 1212대의 헬기를 투입했다. 화재 발생 9일째인 12일에는 울진에 헬기 87대가 동시에 투입돼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응봉산에 물을 뿌렸다. 산불로 단일 지역에 헬기가 이렇게 많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산불진화차와 소방차 등 누적 6180대의 장비와 산불진화대와 공무원, 군인, 소방관, 경찰 등 6만9698명(연인원 기준)도 진화에 투입됐다.


○ 살길 막막한 이재민

인명피해는 다행히 없었지만 울진 4개 읍면, 삼척 2개 읍면 주민들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주택 319채와 공장 및 창고 154곳, 농·축산시설 139곳, 종교시설 31곳 등 모두 643개 시설이 잿더미가 됐다. 이재민 337명도 발생했다.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남정희 할머니(80)는 “혼자 사는 시골집을 홀랑 태워버린 산불이 원망스럽다. 살길이 막막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정부는 이재민 주거시설 제공을 최우선으로 할 방침이다. 울진군은 이재민들에게 27m² 규모의 임시 조립주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원인 규명도 향후 과제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이 차량에서 던진 담뱃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산림청은 16일 발화 현장에서 울진군,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