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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가·환율·공급망·코로나 4중고, 하루하루가 위기인 기업들

입력 | 2022-03-14 00:00:00

© News1 DB


동아일보가 국내 대·중소기업 6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세 곳 중 한 곳 이상이 벌써부터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하고 있거나 재수립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오미크론 확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 폭등과 고환율, 공급망 불안 등 복합 위기가 한꺼번에 덮쳐서다. 주요 경영 변수가 기존 예측치를 모두 벗어나면서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비상경영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가와 환율 모두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한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장중 배럴당 13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도 1년 9개월 만에 1230원대를 돌파해 원자재 가격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미 상장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새 6%나 줄었다. 러시아가 수출 규제책을 발표하면서 이번에는 반도체 핵심 재료를 빼놓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급망 불안까지 겹쳐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위기의 연속이다.

기업들의 위기는 일자리 감소와 내수 침체, 성장 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미 씨티그룹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하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올라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석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가 이달 들어 다시 적자를 보이는 무역수지는 재정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 우려를 낳고 있다.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성장률과 고용률 등 정부의 거시경제 목표는 설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부는 말로는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뒤로는 친노조 반기업 규제 쏟아내기에 바빴다. 한국에선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57곳이 창업조차 못 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업들이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에 시급한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 정부는 규제의 큰 틀을 세우되 세부적으로는 기업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기업들이 규제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과감한 혁신으로 거침없이 새로운 성장 산업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글로벌 복합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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