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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핵에서 4강 외교로… 尹 정제된 메시지로 전환 준비해야

입력 | 2022-03-14 00:00: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최근 북한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브리핑에는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정황 등이 담겼다고 한다. 김은혜 당선인 측 대변인은 어제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며 대전환을 예고한 윤 당선인이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까지는 여전히 ‘현직 대통령의 시간’인 만큼 우선은 안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외정책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구 권력 간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것도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를 것이다. 사실 문 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매몰돼 주변 4강 외교를 비롯한 모든 대외정책을 여기에 종속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도발까지 준비하는 상황이다. 상호주의를 내건 원칙적 접근법을 강조해온 새 정부의 외교는 비핵화 압박을 위한 4강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문 정부가 친북(親北) 친중(親中)에 치우쳐 한미동맹이 무너졌다고 비판해왔다. 그런 만큼 외교의 우선순위도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과의 마찰을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 당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공약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정교한 대외관계 재설정이 시급하다.

윤 당선인은 세계적 대란의 와중에 대통령의 소임을 맡게 된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면서 세계는 단절과 분열의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거기에 북한까지 준동하고 있다. 이런 국제질서 혼돈기에 할 말을 하는 당당한 외교와 함께 국익을 위한 지혜로운 외교도 겸비해야 한다. 그것은 선거용 대외 언사를 정제된 메시지로 다듬고 유능한 외교 조타수를 찾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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