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4중고’] 유가-환율, 현수준 전혀 예상못해… 공급망 붕괴-물류난 개선 기미 멀어 “연간 경영계획이 상시 조정체제로” “대기업, 협력사에 비용부담 전가… 제품가 인상으로 이어질것” 전망도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전경(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News1
고유가·환율 급등·공급망 위기·오미크론 확산까지 동시다발 위기를 맞은 국내 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연초에 세운 경영계획을 그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실시간으로 수정해 적용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돌발변수로 한계 내몰리는 기업들
국내 5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재의 경영환경에 대해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대기업 A사 CEO는 “이제 대부분의 회사들은 경영계획을 ‘롤링 플랜(rolling plan)’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롤링 플랜이란 계획과 실적 간 차이를 비교해 끊임없이 계획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올해 투자와 고용 등 주요 집행 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채용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인지에 대해 대기업의 15.6%가 현재로선 판단할 수 없거나 새로운 경영계획 수립 전까지 보류하겠다고 응답했다.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15.2%가 이같이 응답해 경영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의 경우엔 절반 이상이 투자 여부를 현재 판단할 수 없다거나 예정보다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 위기요인 겹치면서 ‘플랜 B’도 안갯속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대기업의 45.5%가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별로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답변은 없었고, ‘조금 그렇다’는 답변도 15.2%에 불과했다. 중소기업들 역시 나아질 거란 답변(26.7%)보다 반대의 전망(40.0%)이 더 많았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의 위기는 지정학적으로 어떤 위치인지, 분석 대상 기업이 어떤 업종인지 등에 따라 일괄적인 분석조차 힘든 복합적 상황”이라며 “글로벌 수요 위축 가능성까지 나오는데 기업들이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고 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