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울진읍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백호현 씨 부부가 울진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만든 70인분의 도시락.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동해안 일대가 불바다로 뒤덮였던 9일간 산불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매일 100인분의 도시락을 전달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한 음식점 사장의 사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백호현 씨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음에는 매일같이 도시락을 보냈고 다음 날부터는 어르신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서 소화가 잘 되게 죽을 만들어서 지금 계속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백 씨가 운영하고 있는 이 음식점은 직원 2명과 아내 등 총 4명이 일하는 작은 가게라고 한다. 사실상 이번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여유롭지 않은 형편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당연한 도리’라고 전했다. 백 씨는 “아무래도 작은 시골 사회이다 보니까 저희가 직접적으로 산불 자체를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거기 위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과 이재민 분들이 있으시니까 저희도 바로 만들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백 씨는 또 “대흥리라는 산골 동네에 제가 직접 도시락을 갖다 드렸는데 가니까 80대 이상 어르신분들이 모여계시더라”라며 “음식을 갖다 드리니 손을 꼭 잡아주면서 정말 고맙다고 해주셔서 짠하면서도 기분이 되게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 씨는 이번 산불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걱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저희 매장의 걱정보다 집을 다 잃어버리신 분들 아니면 농가나 이런 게 다 타버리신 분들이 더 걱정이다”라며 “그분들은 앞으로 한 20년, 30년을 더 고생하셔야 되는데 저희는 솔직히 그렇게까지는 아니니까”라고 했다.
적십자의 끝없는 봉사 울진 산불 엿새째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산불현장대책본부에 마련된 경북도 적십자 재난구호급식소에서 자원봉사원들이 진화 대원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백 씨에 따르면 이번 산불 이재민을 위한 도움의 손길들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생업을 포기하고 오셔서 10일 정도 설거지하고 매일 밥 1000~1500인분씩 만드시는 분들이 있다”며 “그분들이 소방관님과 이재민들한테 음식을 다 제공해 드렸는데 진짜 고생하셨던 분들은 그분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일부터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진 초대형 산불이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 2만여 ha(헥타르)를 태우고 13일 진화됐다.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란 기록을 남겼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