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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환보유고 절반인 3000억 달러 묶여”…IMF “디폴트 가능성”

입력 | 2022-03-14 15:37:00

동아일보 DB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 또한 사실상 디폴트 가능성을 인정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1억1700만 달러(약 1450억 원)의 국채 이자 지급이 예정된 16일이 러시아의 첫 번째 위기라고 본다. 이날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달 중 국가부도가 선언될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3일(현지 시간) 국영TV 인터뷰에서 외환보유고의 약 절반이 서방의 제재로 동결 상태에 놓여 있다고 처음 인정했다. 그는 “우리 외환보유고는 6400억 달러(약 794조 원)인데 이중 3000억 달러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보유고 동결이 해제될 때까지 모든 국채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로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우니 연초 대비 약 50% 폭락한 루블화로 갚겠다는 것. 글로벌투자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여 년 만에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할지 주목된다고 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또 “서방이 우리와 중국의 교역을 제한하려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의 도움을 통해 서방 제재를 이겨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발언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미 CBS방송에 “러시아의 디폴트를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은 있지만 그것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금까지 축적한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이 서방의 제재로 인해 동결된 상태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이미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러시아의 극심한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며 루블 가치 급락으로 러시아인의 소비 능력이 급감했다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 또한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앞서 8일 피치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인 ‘C’로 강등하면서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10일 “러시아의 디폴트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평했다.

다만 지금 러시아의 채무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은 편이고 러시아와 전 세계 경제의 연관성 또한 아주 깊지는 않아 디폴트가 발생하더라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러시아가 1998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했을 때는 진짜 돈이 없었지만 지금은 돈은 있어도 인위적인 제재로 상환을 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게오르기에바 총재 역시 이 상황이 전 세계에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